[로이슈 진가영 기자] 직장 내에서 발생한 신체접촉을 두고 한쪽은 추행이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은 이를 부인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CCTV나 목격자가 없는 공간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면 당시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진술과 사건 전후의 정황이 형사 혐의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직장 내 상급자가 자신의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해 직원을 추행한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문제될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0조 제1항은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위력’은 반드시 폭행이나 협박과 같은 물리적인 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의미하며 직장 내 지위나 권세 등 사회적·경제적 영향력을 이용하는 경우도 포함될 수 있다. 때문에 직급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면 신체접촉의 내용뿐 아니라 두 사람의 업무상 관계와 지위, 당시 상황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상급자와 직원 사이에서 신체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혐의를 배제할 수도 없다. 어떠한 경위에서 신체접촉이 발생했는지,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당사자의 관계와 당시 상황은 어떠했는지 등을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CCTV나 목격자가 없는 사건에서는 진술의 신빙성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성범죄는 사건의 특성상 당사자만 있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직접적인 영상이나 제3자의 목격 진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혐의 유무를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당사자들이 당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으며 그 내용이 다른 자료와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진술을 판단할 때는 단순히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이야기를 했는지만 보는 것은 아니다. 사건의 핵심적인 내용이 일관되게 유지되는지, 진술이 구체적인지, 시간의 흐름이나 당시 상황에 비춰 설명이 자연스러운지 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조사 과정에서 진술이 달라졌다면 어느 부분이 변경됐으며 그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도 확인 대상이 될 수 있다.
사건 전후의 객관적인 정황도 중요하다. 문제된 상황 전후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대화, 통화 내역, 출퇴근 및 근무 기록, 주변 사람에게 당시 상황을 이야기한 시점과 내용 등이 진술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직접적인 범행 장면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사건 전후에 생성된 여러 자료를 통해 당사자의 설명과 실제 정황이 서로 부합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 내 사건이라는 특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들이 사건 이전부터 업무상 관계를 지속해왔다면 평소 업무 방식이나 직급 관계, 연락 형태 등을 문제된 상황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다만 평소 관계가 원만했다거나 사건 이후에도 업무상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특정 사실 하나만으로 추행 여부를 단정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경위 속에서 각각의 자료가 갖는 의미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이후 고소를 취소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더라도 그것만으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사건이 당연히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은 고소취소나 처벌불원 의사와 별개로 이미 확보된 진술과 관련 자료를 토대로 범죄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관련 사건으로 조사를 앞두고 변호사 상담을 진행한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정리하기보다 사건 전후의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된 신체접촉의 경위와 당시 대화, 두 사람의 위치와 행동, 사건 전후 연락 내용, 함께 근무했던 사람이나 당시 상황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초 조사에서 이뤄진 진술은 이후 수사 과정에서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기억이 불분명한 부분과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되는 부분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목격자나 CCTV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지도 않고, 반대로 피해자의 진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혐의를 단정할 수도 없다. 최초 진술부터 이후 조사까지 핵심적인 내용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진술과 사건 전후의 객관적인 정황이 서로 부합하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직장 내 사건은 당사자들이 이전부터 업무상 관계를 맺어온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된 신체접촉만 따로 떼어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당사자의 지위와 관계, 사건 전후의 대화나 연락, 행동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와 각각의 진술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움말 법무법인 필 정충민 변호사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lawissue.co.kr
목격자 없는 직장 내 성범죄, 형사 혐의 판단은 어떻게 해야하나
기사입력:2026-09-04 14: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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