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제추행이라고 하면 상대방을 물리적으로 억압하거나 폭행, 협박을 동반한 강압적인 행위를 먼저 떠올리곤 한다. 이 때문에 물리적인 폭력이 전혀 없었거나 상대방이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지레짐작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강제추행의 성립 기준은 이러한 일반적인 통념을 크게 벗어나 있으며, 강압적인 요인이 없었더라도 충분히 성범죄로 인정되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 자체를 이미 폭행으로 보는 '기습추행'의 논리를 확립하고 있다. 즉, 피해자를 물리적으로 제압하거나 협박하는 사전 작업이 없었다 할지라도,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신체 접촉은 그 자체로 폭행이자 추행으로 간주된다. 신체 접촉 순간에 가해진 힘 자체가 곧 유형력의 행사이므로, 폭력이나 위협이 없었다는 사정은 강제추행 성립을 막는 방어 논리가 되지 못한다.
또한 상대방이 현장에서 즉시 거절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신체 접촉에 대한 암묵적 동의로 해석할 수 없다.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느껴도 직장 내 상하 관계, 사회적 관계에서의 불이익, 혹은 당혹감이나 공포로 인해 곧바로 강력하게 항의하지 못하고 얼어붙는 현상은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사법부는 이러한 피해자의 심리적 상태와 사건 당시의 상황적 맥락을 깊이 고려한다. 따라서 당시에 겉으로 웃으며 넘겼다거나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도, 그것이 자발적이고 진정한 동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추후 객관적인 정황을 통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신체 접촉임이 입증된다면 강제추행 혐의가 그대로 적용된다.
이러한 법적 판단은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보다 피해자가 느낀 성적 수치심과 행위의 객관적 성격을 우선시한다. 악의적인 의도 없이 친근감을 표시하려 했거나 격려 차원의 스킨십이었다고 주장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부위나 방식의 접촉이었다면 강제추행에 해당한다. 가령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동료의 어깨나 허리를 어루만지거나, 손을 잡는 행위 역시 상대방의 명확한 승낙이 없었다면 물리적 강압 여부와 상관없이 엄연한 성범죄로 다루어진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대응을 소홀히 할 경우 마주하게 될 형사 처벌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형법상 강제추행죄가 인정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여기에 더해 벌금형 이상의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 취업 제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등 각종 보안처분이 수반될 수 있다.
강제추행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 '억압이나 강요가 없었으니 무죄'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거나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여 합의를 종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자신의 범행을 회피하려 하거나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것으로 오인되어 수사 기관의 구속영장 청구나 양형 기준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물리적 강압이 없었던 사건일수록 당시의 정황, 평소 두 사람의 관계, 사건 전후 나누었던 대화 내역 등 정황 증거를 분석해 혐의 성립 여부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도움말 법무법인 YK 원주 분사무소 박훈석 변호사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lawissue.co.kr
강제추행, "거절 안 했으니 괜찮다?" 착각이 부르는 법적 처벌
기사입력:2026-08-0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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