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인 줄 알았는데"... '약물운전자' 몸에서 가장 많이 검출된 약물은?

[형사정책 연구브리핑] 국과수 1046건 분석... 검출 1위는 불면증약 '졸피뎀', 의료용 마약류가 절반 넘어 기사입력:2026-05-23 20:55:19
지난 2월 서울 반포대교에서 약물을 투약한 상태로 포르쉐를 몰다 추락 사고를 낸 운전자의 첫 재판이 최근 열렸다. 조사 결과 운전자는 간호조무사로부터 프로포폴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60대 남성 운전자가 수면제 4정을 복용한 뒤 차를 몰다 터널 벽을 들이받고 중앙선까지 침범하며 약 4km를 주행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출동한 경찰은 처음엔 음주운전을 의심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혈액 감정 결과 운전자에게서 마약성 수면제가 검출됐다(출처: YTN).

약물운전이라고 하면 흔히 필로폰이나 대마 같은 불법 마약을 떠올린다. 그런데 실제 운전자 몸에서 가장 많이 나온 약물은 마약이 아니었다. 수면제와 신경안정제 같은 처방약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박미정·최혜영·문성민·이재신·신일청 연구진이 발표한 〈약물운전 감정에서 검출된 약물 현황 분석(2023~2025)〉(<경찰학연구>)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약물운전 관련 감정 의뢰 1046건을 분석한 결과 의료용 마약류가 전체의 55%, 비마약성 약물 성분이 41%를 차지했다. 반면 불법 마약류는 4%에 그쳤다.

분석 결과는 일반적인 인식과 상당히 달랐다. 약물운전 위험이 불법 마약 복용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처방받는 약물과도 맞닿아 있다는 뜻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박미정 연구팀(2026) 분석에 따르면 2023~2025년 약물운전 감정 의뢰 1046건 가운데 의료용 마약류가 55%, 비마약성 처방약이 41%를 차지했고 불법 마약류는 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성분으로는 수면제 졸피뎀이 370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약물을 검출 여부만으로 위험 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약물 특성을 고려한 단속 운영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박미정 연구팀(2026) 분석에 따르면 2023~2025년 약물운전 감정 의뢰 1046건 가운데 의료용 마약류가 55%, 비마약성 처방약이 41%를 차지했고 불법 마약류는 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성분으로는 수면제 졸피뎀이 370건으로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약물을 검출 여부만으로 위험 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약물 특성을 고려한 단속 운영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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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로폰보다 많았다", 가장 많이 검출된 약은 졸피뎀

검출된 약물 가운데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을 유도하는 중추신경 억제제, 그중에서도 수면제(Z-drug) 계열의 비중이 두드러졌다.

가장 많이 검출된 단일 성분은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Zolpidem)이었다. 졸피뎀은 3년간 모두 370건이 검출돼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 2023년 76건이던 검출 건수는 2025년 197건으로 크게 늘었다.

졸피뎀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수면제 중 하나다. 박미정 연구팀은 약물운전 위험을 평가할 때 졸피뎀을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뒤를 이어 알프라졸람(144건), 플루니트라제팜(126건), 로라제팜(121건) 등 벤조디아제핀계 신경안정제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불면증이나 불안장애 치료에 널리 쓰이는 약들이지만,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작용 탓에 졸음과 반응속도 저하, 주의력 감소 등을 부를 수 있다.

마약성 진통제(옥시코돈·펜타닐·코데인 등)와 마취제(케타민·에토미데이트·프로포폴 등)도 일정 수준 검출됐다. 마약성 진통제는 반응 속도와 상황 판단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마취제 성분은 운전처럼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 "마약보다 처방약이 문제?", 항우울제·정신과 약도 다수 검출

비마약류 약 성분에서도 정신신경계 약물이 다수 확인됐다.

대표적으로 항정신병약인 쿠에티아핀(108건), 항우울제 트라조돈(74건)과 에스시탈로프람(72건), 수면·알레르기 약물인 디펜히드라민(45건) 등이 높은 빈도로 나왔다. 모두 치료 효과와 별개로 졸림과 무기력감, 반응시간 지연, 주의력 감소, 어지럼증 등을 부를 수 있는 약물이다.

최근 정신건강 치료가 보편화되면서 항우울제와 수면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인구도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불법 약물 단속만으로는 약물운전 문제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2025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접수된 약물운전 관련 감정 의뢰 건수 추이. 박미정 연구팀은 약물운전 관련 제도 변화와 단속 강화가 접수 건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출처: 박미정 외, 2026, p. 313)

2023~2025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접수된 약물운전 관련 감정 의뢰 건수 추이. 박미정 연구팀은 약물운전 관련 제도 변화와 단속 강화가 접수 건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출처: 박미정 외, 2026, p.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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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마약도 변화, "필로폰에서 합성대마로"

불법 마약류 중에서는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이 2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마 19건, 합성대마류 16건 순이었다. 엠디엠에이(MDMA)와 코카인, PCP 유사체 같은 신종 물질도 일부 확인됐다. 특히 합성대마는 단일 물질보다 여러 성분을 섞은 혼합 형태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박미정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국내 불법 마약 사용 양상이 기존 각성제 중심에서 다양한 신종 물질 중심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봤다.

■ "약 먹고 운전해도 되나요?", 제도는 아직 공백

연구는 현재 약물운전 제도가 상당한 회색지대를 안고 있다고 짚었다.

지금의 법 집행은 주로 마약류관리법상 규제 약물과 불법 마약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실제 감정 결과에서는 처방약과 일반 의약품이 훨씬 높은 비율로 검출됐다.

문제는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약물을 단순히 '검출됐다'는 이유만으로 위험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약물 내성, 사람마다 다른 대사 속도, 복용량, 복용 시점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준이 지나치게 단순하면 오히려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거나 약 복용 자체를 꺼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 "약물운전은 마약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는 약물운전이 불법 마약 복용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운전 위험을 높이는 요인은 필로폰이나 대마 같은 불법 마약뿐 아니라, 병원에서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수면제와 항우울제, 신경안정제일 수도 있다.

박미정 연구팀은 앞으로 약물운전 예방과 단속 체계가 불법 마약류 중심을 넘어 비마약성 의약품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방향으로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 출처
박미정·최혜영·문성민·이재신·신일청(2026). 약물운전 감정에서 검출된 약물 현황 분석(2023-2025), 경찰학연구, 26(1), 311-326.

김지연(Jee Yearn Kim) Ph.D.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형사정책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법심리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성형 AI 기술 역기능 및 사용자 위험 요인 대응 정책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 범죄자 위험 평가, 교정 개입 원칙, 형사사법 실무자 조직행동, 스토킹 범죄자 개입 등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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