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사법부가 마약류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은 과거의 단순 투약자 보호에서 사회적 안전망 확보를 위한 엄단으로 급격히 선회했다.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영장 청구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과거라면 충분히 집행유예를 기대할 수 있었던 사안조차 실형 선고로 귀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는 마약류가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일탈이 아닌, SNS를 통해 일상으로 파고든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마약집행유예는 더 이상 막연한 기대의 대상이 아닌, 치밀한 법리적 다툼과 실증적 자료가 뒷받침되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좁은 문이 되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에서 집행유예 가능성은 범죄의 ‘유형’과 ‘물질의 위험도’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 단순히 초범 여부만으로 결과를 낙관하는 것은 실무상 대단히 위험한 접근이다. 단순 소지 및 투약 혐의의 경우, 비교적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투약 횟수와 기간, 투약에 이르게 된 경위를 엄격히 따진다. 특히 재범의 위험성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한 치료 의지의 객관적 증빙이 필수적이다.
반대로 매수 및 수입 혐의는 중형을 각오해야 하는 문제다. 해외 직구나 다크웹을 통한 소량 수입이라 할지라도, 사법부는 이를 유통의 시작으로 간주한다. 특히 밀수입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법정형으로 규정되어 있어, 작량감경을 거치더라도 집행유예를 끌어내기가 법리적으로 매우 까다롭다. 유통 및 판매 혐의 또한 집행유예를 기대하기 어렵다. 영리 목적인 경우에는 전달책(드랍퍼) 역할을 수행했을지라도 실형 선고를 피하기 어렵다.
판례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마약 범죄의 핵심은 ‘재범 가능성의 차단’이다. 법원은 피고인이 다시 마약에 손을 댈 환경에 처해 있는지를 들여다본다. 여기서 집행유예를 결정짓는 결정적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실질적인 수사 협조다. 마약 범죄는 은밀함이라는 특성상 상선(공급책)에 대한 정보 제공이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단순히 "누구에게 샀다"는 수준을 넘어 검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구체적 정보여야 하며 무작정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한다고 해서 무조건 선처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알고 있는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변호인의 전략적 조율 하에 수사기관과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는 단절된 환경의 증명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에 따르면 강한 재범 방지 의사와 사회적 유대 관계는 주요한 감경 요소다. 단순한 반성문이 아니라, 가족의 선처 탄원, 중독 치료 프로그램 이수 현황, 정기적인 소변 검사 결과 등 재범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음을 입증해야 한다.
많은 피고인이 "초범이니까", "양이 적으니까"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초기 진술에서 모순을 범하거나 증거 인멸을 시도하다 구속의 늪에 빠진다. 그러나 마약 범죄는 투약 시점과 체내 잔류 성분의 상관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기에, 거짓 진술은 도리어 '반성의 기미 없음'이라는 가중 사유로 작용한다. 검찰 통계에 따르면 마약 사범의 재범률은 타 범죄에 비해 현저히 높으며 사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집행유예 기간 중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명령을 병행하는 등 감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즉, 집행유예는 죄가 없음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교도소 담장 밖에서 최후의 기회를 부여받는 엄중한 처분임을 명심해야 한다.
로엘 법무법인 김명희 대표변호사는 “사법부는 결코 피고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오직 객관적 정황과 구체적 실천만을 믿을 뿐”이라며 “마약집행유예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물리적으로 약을 끊었음을 보여주는 ‘단약’ 의지를 객관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단순한 후회는 변론이 될 수 없다. 수사 단계에서부터 상선 추적에 대한 유의미한 협조를 이끌어내고 재판 단계에서 피고인을 보호할 사회적 안전망이 건재함을 입증하여 재판부를 설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마약류 범죄의 양형 패러다임 변화와 마약집행유예를 결정짓는 실질적 요소
기사입력:2026-04-17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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