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가족인데"... 친족 성범죄 피해자를 두 번 무너뜨린 가족의 침묵

[형사정책 연구브리핑] "신고하면 배신자", 가족이 신고 막고 가해자 옹호... 친족 성범죄 피해자, 구조가 만든 침묵 속에 고립 기사입력:2026-04-09 21:39:41
가정은 본래 보호와 안정, 휴식과 가족애가 보장되는 공간이어야 한다. 가정 구성원은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정서적 회복과 보호를 경험하고, 신뢰와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친족 성범죄 사례 분석 결과, 가정은 보호 공간이 아니라 폭력과 통제의 공간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확인됐다.

사단법인 중앙가족상담협회 대표이사이자 강남 힐링빛심리상담센터장인 전숙이 한성대 겸임교수는 "친족 성범죄는 가정폭력과 가스라이팅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나며, 피해자의 일상 공간에서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숙이 교수의 연구 '친족 성범죄자의 가스라이팅 메커니즘에 관한 심리사회적 사례연구'(학술지 <보호관찰> 수록)는 친오빠·친부(계부)·친할아버지의 성폭력 사례를 중심으로 가정 내 폭력 구조와 심리적 통제 방식을 분석했다.

전숙이 한성대 겸임교수(2025) 연구에 따르면 친족 성범죄는 가해자의 권력이 중심에서 가스라이팅·공간 통제·사회적 고립이 맞물리는 구조로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드는 구조적 범죄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피해자의 침묵이 개인의 선택이 아닌 가족 방관과 사회적 통념이 결합된 구조적 결과이며 피해자·가해자 분리 제도화와 공소시효 개선 등 피해자 중심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전숙이 한성대 겸임교수(2025) 연구에 따르면 친족 성범죄는 가해자의 권력이 중심에서 가스라이팅·공간 통제·사회적 고립이 맞물리는 구조로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드는 구조적 범죄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피해자의 침묵이 개인의 선택이 아닌 가족 방관과 사회적 통념이 결합된 구조적 결과이며 피해자·가해자 분리 제도화와 공소시효 개선 등 피해자 중심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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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컸는지 보자", '사랑'으로 포장해 피해자 인식 왜곡...친족 성범죄의 통제 구조

미성년자를 보호할 위치에 있는 친오빠, 친부(계부), 친할아버지 등은 신뢰 관계를 이용해 피해자를 어린 시절부터 성적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교수의 연구는 친족 성범죄가 단순한 성적 일탈이 아니라 권력과 통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가해자는 성폭력을 '사랑'이나 '보살핌'으로 포장해 피해자의 인식을 왜곡한다. 피해자는 신뢰 관계 속에서 점진적으로 통제되며, 성추행에서 강간으로 범죄가 확대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일부 가정에서는 동일 가족 내에서 세대를 이어 가해자가 발생하는 구조도 나타났다.

가장 신뢰했던 가족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혼란을 겪는다.

가해자가 가족 내 권력 구조에서 우위를 점한 경우, 피해자는 보호와 유대를 기대해야 할 관계 속에서 이중적 억압을 경험한다. 보호 공간이 폭력 공간으로 전환되면서 피해자는 지속적인 심리적 충돌을 겪게 된다.

가정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가해자에게는 접근과 감시가 가능한 권력의 장으로 작동하고, 피해자에게는 탈출이 어려운 심리적 감금 공간으로 기능한다.

■ "폭력과 협박으로 지배"...가정폭력·가스라이팅으로 침묵 강요

친족 성범죄에서는 물리적 폭력과 심리적 통제가 동시에 작동하는 특징이 확인됐다.

가해자는 반복적인 폭언과 협박으로 공포를 조성하고, 신체적 폭력을 통해 가정 내 권력 구조를 강화한다. 피해자와 가족 구성원은 지속적인 위협 속에서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인다.

가해자는 가스라이팅(상대방의 현실 인식을 교묘하게 왜곡해 판단력을 흐리는 심리적 조작)을 통해 피해자의 현실 인식을 뒤틀고 침묵을 강요한다.

대표적인 방식은 피해자의 감정을 통제하고 폭력을 정상적인 행동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피해자는 공포와 불안 속에서 무기력 상태에 빠지고,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아버지'와 같은 가족 내 권위는 강력한 통제 수단으로 작용한다. 가부장적 구조 속에서 피해자는 종속적 위치에 놓이며, 강요된 침묵은 마치 자발적 동의처럼 왜곡된다.

■ 같은 집, 다른 의미...가해자와 피해자의 공간 인식

연구는 동일한 가정 공간이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전혀 다른 의미로 경험된다고 분석했다.

가해자에게 가정은 지배와 통제의 공간이다. 가해자는 공간을 사유화하고 물리적·심리적 강압과 반복된 폭력을 통해 권력을 유지한다.

반면 피해자에게 가정은 공포와 위협이 상존하는 장소로 인식된다. 반복되는 폭력과 외부와의 단절은 피해자에게 극심한 불안을 유발하고, 감정 마비와 침묵, 순응이라는 생존 전략을 강화한다.

피해자는 가족 붕괴에 대한 죄책감과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자아 정체성을 잃고 자기부정과 수치심에 빠지게 된다. 특히 아동·청소년 피해자는 '집이 더 안전하다'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 오히려 위험한 환경으로 다시 보내지는 경우도 확인됐다.

사회는 가정이라는 공간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피해자를 다시 동일한 환경으로 돌려보내는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 "그래도 가족인데"... 2차 가해와 방관

가족 구성원의 대응 역시 피해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부 가족은 피해자의 진술을 믿지 않거나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며 2차 가해를 가했다.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사례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피해자의 도움 요청을 외면하거나 방임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친모가 성폭력 사실을 인지하고도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와 함께 폭력을 행사한 사례도 보고됐다.

또 "그래도 가족인데", "그래도 아버지인데"라는 이유로 신고를 막는 행위도 반복됐다. 가족 내부 문제를 외부에 알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피해자의 신고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했다.

결국 피해자는 '가해자를 신고하면 가족을 배신하는 사람'이라는 죄책감을 강요받는다. 가족과 사회 모두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는 완전한 고립 상태에 놓인다.

■ 극심한 심리적 후유증 겪는 피해자... 자책·해리·자해까지

친족 성범죄 피해자는 심각한 심리적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사건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며 자책하는 경향을 보였고, 일부는 해리 증상(자신이 겪은 일이 마치 남의 일처럼 느껴지거나 현실감이 사라지는 현상)이나 기억 단절을 경험했다.

불안장애, 공황장애, 정체성 혼란, 자해와 자살 시도 등 복합적인 정신건강 문제가 동반됐다. 일부 피해자는 기본적인 자기 돌봄조차 어려운 상태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 "권력·공간·심리 조작"...구조적 메커니즘

연구는 친족 성범죄를 '중심-주변 구조'로 설명한다. 가해자의 권력이 중심에 자리하고, 심리적 조작·공간 통제·사회적 고립이 주변 요소로 맞물려 피해자를 통제하는 구조다.

피해자는 이 구조 속에서 현실 인식의 혼란을 겪고 자기 신뢰를 상실하며, 결국 침묵과 순응 상태에 이르게 된다. 연구를 진행한 전숙이 교수는 피해자의 침묵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가족의 방관과 사회적 통념이 결합된 구조적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미지 설명='친족 성범죄자의 통제 메커니즘 도식' (출처: 전숙이(2025). 친족 성범죄자의 가스라이팅 메커니즘에 관한 심리사회적 사례연구, p.34)

이미지 설명='친족 성범죄자의 통제 메커니즘 도식' (출처: 전숙이(2025). 친족 성범죄자의 가스라이팅 메커니즘에 관한 심리사회적 사례연구,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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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족 성범죄 대응 위한 "제도 바꿔야 한다"...정책적 대응 필요

연구는 친족 성범죄 대응을 위해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선 피해자와 가해자의 물리적 분리를 제도화하고, 피해자 중심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을 통해 동일 거주지 동거 금지 조항을 도입하고, 공동 거주 여부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재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가정 유지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회복과 자립을 우선하는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긴급 보호시설 확충과 미성년 피해자 지원 제도 강화도 필요하다.

공소시효 폐지 또는 피해자 연령을 기준으로 기산점을 조정하는 방식의 공소시효 개선, 가스라이팅의 법적 정의 마련, 심리적 피해 인정 확대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가부장적 가족 문화에 대한 비판적 교육과 성인지 교육 강화 역시 장기적 대응 방안으로 제안됐다. 아울러 친족 성범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치료·교육 프로그램과 사후관리 체계 구축 필요성도 강조됐다.

연구는 친족 성범죄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권력, 문화, 구조가 결합된 범죄라고 지적한다.

가정은 보호 공간이라는 인식과 달리, 피해자에게는 탈출이 어려운 통제 공간으로 작동할 수 있다. 연구를 진행한 전숙이 교수는 "침묵을 개인의 선택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피해자 보호 중심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논문
전숙이(2025). 친족 성범죄자의 가스라이팅 메커니즘에 관한 심리사회적 사례연구, 보호관찰, 25(1), 1-50.

김지연(Jee Yearn Kim) Ph.D.
미국 신시내티대학교(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형사정책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법심리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성형 AI 기술 역기능 및 사용자 위험 요인 대응 정책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 범죄자 위험 평가, 교정 개입 원칙, 형사사법 실무자 조직행동, 스토킹 범죄자 개입 등이다.


김지연 형사정책학 박사 cjdr.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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