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진가영 기자] 이혼 소송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중 하나는 단연 재산분할이다. 겉보기에는 단순히 결혼 기간 중 형성된 재산을 나누는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기여도를 정밀하게 따져야 하는 복잡한 절차다. 이 과정에서는 단순한 경제적 수입뿐 아니라 가사노동, 자녀 양육, 생활 전반에 걸친 역할 분담 등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법원은 재산을 무조건 50:50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혼인 기간과 재산 형성 방식, 각자의 기여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예를 들어, 한쪽 배우자가 외부에서 고소득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다른 배우자가 전업으로 가정을 책임지며 육아와 살림에 헌신했다면, 그 기여 역시 재산분할 비율에 적극 반영된다. 단순히 ‘수익을 많이 낸 사람이 더 가져간다’는 접근이 아닌, 혼인생활 전체에 대한 협력 관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이처럼 기여도를 따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보전처분’이다. 이혼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상대방이 재산을 은닉하거나 처분할 경우, 설령 승소하더라도 실제 재산을 분할받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가압류나 가처분 등 보전처분을 신청해 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유리한 판결을 받고도 집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산분할의 비율은 혼인 기간이 길수록 대체로 균등한 분할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언제나 예외는 존재한다. 혼인 기간이 짧거나 특정 재산이 배우자 일방의 독립적인 노력으로 형성된 경우라면, 그 기여가 제한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 또한, 재산 형성 과정에서 도박, 사행행위, 과도한 소비 등으로 불필요한 채무가 발생했다면 그 책임은 해당 배우자에게 귀속되며, 재산분할에 포함되지 않는다.

실제 소송에서는 구체적인 쟁점들이 복잡하게 얽힌다. 부동산의 시가 산정 시점을 둘러싼 다툼, 상속이나 증여 재산의 분할 대상 포함 여부, 은닉 재산의 유무, 그리고 채무의 성격까지 따져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최근에는 가상자산이나 공동 주식 계좌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을 둘러싼 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변동성과 추적 난이도가 높은 자산일수록 보전처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로엘법무법인 이태호 이혼전문변호사는 “결국 재산분할은 단순한 금전적 계산을 넘어 혼인 관계 전반을 되짚어보는 과정이다. 서로가 어떤 방식으로 삶을 꾸려왔고, 누가 어떤 역할을 맡아왔는지를 공정하게 평가받는 절차”라며 “하지만 여기에 다양한 법적 변수와 절차적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철저한 전략과 법적 판단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