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법원종합청사.(사진=전용모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를 가진 자에게 부정한 청탁을 행하여야 성립하는 것으로 형법 제357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를 취득하기 전에 부정한 청탁을 받은 행위를 처벌하는 별도의 구성요건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타인의 사무처리자의 지위를 취득하기 전에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경우에 배임수재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도991 판결,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2878 판결 참조).
-피고인은 언론사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으므로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하며 공정보도 의무를 실천하고, 특정 당사자의 주장을 대변하지 아니하며, 취재‧보도의 과정에서 신분을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아니하고,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사적인 특혜나 편의를 거절하여야 하는 임무가 있었음에도, G로부터 위와 같이 J의 비리에 대한 취재 및 보도를 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피고인 명의 계좌로 2017. 8. 15.경 1억 원, 같은 달 24.경 1억 2,000만 원, 같은 달 25.경 3,000만 원, 같은 달 31.경 3,000만 원을 송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2억 8000만 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했다.)
한편 1심은, ① 피고인이 2017. 9. 4. G에게 “형님 참 답답하네요. 언론이라는게 그리되는 일이 아닙니다. 취재해서 보고하고 기사 만들어 또 수정하기 때문에 월요일에 기사가 나온다고 약속 못 합니다. 화, 수 나올 수도 있습니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냈고, 같은 달 29. “돈 들어가는 건 말씀드렸듯이 처음에는 중앙 언론에 광고 협찬 등을 하고 기사를 부탁해보려 했던 것인데 안 된 거고요. 두 개 언론사 계약해 운영하려면 계약금하고 운영비가 들어가고, 기자들 급여와 취재비용이 들어간다고 사전에 말씀드렸습니다. ㈜C 에는 오천 계약금 갔고, 잔금이 이억오천 남은 상태에서 대표 배려로 기사를 내 보고 있는 거 고요. 기사 나가고 소송이 예상되어서 소송비용도 내가 책임지기로 했고요”라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낸 점(증거기록 2권 89, 90쪽), ② 피고인이 경찰조사에서 「G로부터 부탁을 받고 취재를 해보니까, G가 말하는 국정원이나 경찰청에는 뭔가가 없었고, 대신 공적자금 비리가 좀 있는 것 같아, G에게 “J와 정부 사이에 연계된 공적 자금 비리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을 파헤쳐 주겠다. J쪽에 도박 문제랑 여성 편력 문제는 증언을 해 줄 ◯◯이나 수사기록도 입수를 했으니 그 부분을 보도해주겠다”고 말했고, G가 “그것만 보도를 해주면, 벌 떼 같이 일어날 것이다. 보도를 꼭 해달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점(증거기록 1권 364쪽)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2017. 8. 29.경 D과 용역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B로부터 H의 비리를 취재, 보도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G(법명 H)으로부터 총무원장이었던 승려 J의 비리에 대해 취재 및 보도를 해달라는 청탁을 받을 당시에 장래 기자로 복귀하여 활동할 것이 합리적이고 확정적으로 기대되었고, 실제 피고인이 단시간 내에 언론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하여 기자 활동을 재개했으며, 피고인이 기자 활동을 재개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G으로부터 J에 대한 비리를 취재, 보도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고 인정된다. 결국 피고인은 언론사 기자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은 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인은 G로부터 부탁을 받을 당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았다. 비리를 조사하여 보도하는 일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므로 그와 같은 부탁은 배임수재죄 소정의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원심(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배임수재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며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향부당으로 항소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7. 7. 29. G로부터 J의 비리에 대한 취재 및 보도를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고는 3억 원 내지 5억 원 정도가 있어야 자신의 생업을 중단하고 언론으로 복귀해서 관련한 보도를 할 수 있다고 말해 G가 이를 승낙하자 그와 같은 일을 하는 대가 또는 경비 명목으로 송금받은 사실이 인정되는데, 이미 2017. 8. 29. ㈜C와 TV용역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청탁의 대가는 대부분 수령한 점, 피고인이 2017. 9. 4. 및 같은 달 29. G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은 G가 보도를 독촉하자 이에 대한 대답으로 보일 뿐인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되는데 이를 종합해 보면, 위와 같은 피고인과 G 사이의 대화는 2017. 7. 29. 이루어진 청탁의 구체적인 이행 또는 확인에 관한 것이지, 피고인이 용역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G로부터 새로운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피고인이 G로부터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청탁을 받을 당시 피고인은 타인인 ㈜C 등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G로부터 받은 청탁이 부정한 청탁이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 없이 피고인을 배임수재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피고인이 배임수재죄에 있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지 여부에 관한 사실을 오인했거나 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