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법원청사.(사진제공=대구지법)
이미지 확대보기결국 피고인 A는 주거지에서 진통을 느끼던 중 2022년 3월 11일 오후 3시 7분경 그곳 화장실 변기에 앉아 피해자(남)를 출산하게 됐다.
피고인 A는 진통 초기만 하더라도 위 불법낙태약의 효과로 사산된 태아가 나온 줄 알았으나 출산과정 중 피해자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되자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마음먹고, 분만 직후의 피해자를 알몸인 상태로 차가운 변기 안에 방치하고 변기뚜껑을 덮은 채 같은 날 오후 6시경 전 남자친구인 F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서 영천시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F과 함께 불상의 모텔에 투숙해 외박했다.
이로써 피고인 A는 직계존속으로서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여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하려다, 같은 날 오후 7시 30경 피고인 A의 친구 B가 영아를 데리고 감으로써 미수에 그쳤다.
피고인 B는 이미 4시간이 넘도록 변기에 방치되어 있어 심각한 저체온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담요에 덮어 전기장판 위에 놀려놓기만 했고 간헐적으로 체온을 쟀을뿐 당시 주위에 있던 H등 지인들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A가 낙태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날까봐 두려워 119신고를 하거나 피해자를 응급실로 긴급 이송하지 않고 생명유지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A는 아무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이 사건 각 범행을 모두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 당시 상황에서 선뜻아기를 출산해 양육하겠다고 결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B로부터 카카오톡으로 상황을 전해듣고 있으면서도 '죽어도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B에게 병원으로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하는 등 피해자의 보호나 생명유지를 위해 필요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결국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 등을 고려했다.
한편 피고인 B 및 변호인은 "피고인 B는 A가 방치한 피해자를 구조하려고 나름 최선의 노력을 했으나, 피해자의 사망을 방지하지 못한 것으로 피고인 B의 행위는 유기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인 B에게 유기의 고의도 없었으며,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예견가능성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B는 A의 영아살해 및 영아유기 범행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면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숟가락으로 따뜻한 물을 조금씩 떠서 먹여주는 등 살리고자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 B에게 유기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A의 영아유기치사 범행에 가잠하려는 공공가공의 의사기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