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 전용모 기자]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5월 2일 실종으로 35년 전 헤어진 가족 상봉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1일 박정옥씨(가명·41)는 가족을 찾고 싶어 부산진경찰서 실종팀에 본인의 유전자를 등록했다. 1987년경 당시 5살리언 정옥씨는 전주시 노상에서 홀로 발견됐고 보육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 남동생이 있었다는 것과 부모님 이름은 기억을 했지만 본인의 생년월일과 이름은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어요, 가정도 꾸렸고, 일도 잘 하고 있고요." 정옥씨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씩씩하게 잘 살아았다. 하지만 잃어비린 가족은 언제나 마음 한 쪽에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있었다. 정옥씨는 오랜 고민 끝에 경찰에 도움을 청하기로 결심했다.

부산진서 실종팀은 정오깄를 리-멤버(Re-member)프로젝트의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장기실종아동 사건을 기억해 재검토(remember)하고 다시(re) 가족의 일원(a member)으로 돌려보내는 자체 시책이다. 가족을 잃고 홀로 척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실종아동과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 가족들의 아픔을 덜고자하는 취지였다.

실종팀은 2021년 기준 한 해에 약 900건에 달하는 실종 사건을 처리하는 와중에도 장기실종 사건들을 검토했고, 2022년 2월에도 56년 전 헤어진 자매를 발견해 온라인 상봉회를 개최한 바 있다.

부산진서 실종팀은 각종 자료를 검토해 정옥씨로 추정되는 비슷한 연령의 대상자를 556명 찾아냈다. 정옥씨의 신고내용을 토대로 그 중 6명을 추려냈고 집중적인 탐문 끝에 정옥씨의 가족들을 발견했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모친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해 정옥씨의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정옥씨의 언니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먹고 살기도 힘들었고 사람을 찾기도 어려운 시기였어요. 저도 그때 너무 어려서 잘은 모르지만 형제들이 정옥이를 찾아다녔던 기억이 나요."

실종팀 김동희 경장은 데이터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추적 기법을 시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2008년부터 모든 실종사건을 데이터화하여 실종 수사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실종프로파일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신 도입된 실종 수사기법으로 유전자 검사를 활용할 수 있는데 부모-자녀의 관계에서 각자 검사결과보관기한 내에 실종신고를 해야 그 일치 여부가 현출된다는 한계도 있어 수사관의 상상력과 노력이 여전히 실종자의 발견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실종팀은 정옥씨 가족이 35년 만에 만나 자연스레 가족 구성원으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가족 상봉 행사를 준비했다. 오랜만의 만남이 어색할까 걱정하던 정옥씨의 마음을 헤아린 적극행정의 일환이었다.

2022년 5월 2일 어렸던 아이가 어른이 되고, 말괄량이 소녀가 엄마가 되어 만났다. 회한의 눈물을 애틋한 가족애의 눈물로, 긴 기다림 끝에 가족의 역사를 새로 쓴 날이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