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청사.
이미지 확대보기서근찬 판사는 피고인들이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고 있는 점, 동종 전과나 벌금형을 넘는 형으로 처벌받은 전과는 없는 점, 현재까지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하지 못했지만 근로자재해공제에 따른 피해 변제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고 계속 중인 민사소송을 통해 추가 피해 변제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비계 안쪽에 설치된 사다리를 비계 바깥쪽에서 이용하려고 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 피해자에게도 사고 발생 또는 피해 확대에 어느 정도 과실이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
피고인 A는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미끄러짐 방지 장치, 안전고리 연결구 및 경고판 등을 설치하지 않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근로자들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비계 바깥쪽에서 수직사다리에 매달려서 이동하게 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피고인 B는 근로자들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비계 바깥쪽에서 수직사다리에 매달려서 이동하게 해 작업장 내에 근로자가 사용할 안전한 통로를 설치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특히 제2사다리를 비계 바깥쪽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감독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위와 같은 현장 상황을 방치하고 이에 대하여는 아무런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주의의무위반 및 위험방지조치의무위반이 인정되고 이와 피해자 사망 사이의 상당인관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해 피고인들(경동건설)의 주장을 배척했다.
피고인 A(50·하청업체 현장소장)은 2019년 10월 30일 오후 1시경부터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 정○규(57)에게 위 공사현장(문현 경동리인 아파트 신축공사)의 103동 뒤 옹벽 면고르기 작업을 지시하고 이를 관리감독 했고, 피고인 B(56·경동건설현장소장)와 피고인 C(52·경동건설 안전관리자)는 위 공사현장의 구조물공사 및 관련 부대업무에 대한 입회·관리, 시공 현장에 대한 안전진단·검사, 수급인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의 위 옹벽 면고르기 작업을 포함한 전체 공사 공정을 관리감독했다.
공사현장의 옹벽 면고르기 작업은 4.2m 높이의 2단 비계 위에 올라가 옹벽 거푸집 제거 후 남아 있는 철근을 그라인더로 제거하고 벽면을 덧칠하는 작업으로, 위 2단 비계에는 승하강을 위한 수직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어 근로자들이 이를 이용할 경우 추락할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관리감독하는 사람은 ① 위 2단 비계의 수직사다리가 비계 안쪽에 설치되어 이동 시 안전한 통로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② 비계 바깥쪽에 설치된 수직사다리를 이용할 경우 추락의 위험성을 근로자에게 고지하며, ③ 비계 바깥쪽에서 작업을 하거나 이동을 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관리하고 감독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위 수직사다리 중 바닥과 1단 비계를 연결하는 수직사다리(이하 ‘제1사다리’)가 비계 바깥쪽에 설치되어 있고, 1단 비계와 2단 비계를 연결하는 수직사다리(이하 ‘제2사다리’)는 비계 내부의 안전난간에 접하여 설치되어 있어 비계 바깥쪽에서 제2사다리를 이용하는 것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제2사다리를 비계 바깥쪽에서 이용하는 경우 비계 내외부를 넘나들지 않고도 비계 바깥쪽에 설치된 제1사다리를 바로 이용할 수 있어, 근로자들이 바닥에서 2단 비계 사이를 한 번에 이동하려는 경우 제2사다리를 비계 바깥쪽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상존했다.
그런데도 이를 이용하는 근로자들의 추락 위험성을 확인하고 안전 상태를 점검하는 등 관리를 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에게 옹벽 면고르기 작업을 지시하면서 비계 바깥쪽에 설치된 수직사다리의 위험성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관리자를 배치하여 비계 위에서 작업과 이동 시 안전대를 철저히 착용하도록 관리·감독하지 아니한 과실로, 2019년 10월 30일 오후 1시 5분경 위 공사현장 103동 뒤 옹벽 앞에서 2단 비계 위에 올라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아니한 채 면고르기 작업을 준비하다가 제2사다리를 비계 바깥쪽으로 이용하여 이동하던 피해자를 2.15m 이상의 높이에서 바닥으로 추락하게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