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공개 소식으로 영화 팬의 시선이 넷플릭스에 쏠리고 있지만, 영화깨나 본다는 마니아들 사이에서 넷플릭스는 이미 시네마 아지트로 통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첫째,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영화 마니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콘텐츠 제작의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넷플릭스는 좋은 스토리라면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아낌없이 투자한다. 뿐만 아니라 창작자에게 자유로운 제작 환경과 체계적인 제작 시스템을 제공, 이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덕분에 넷플릭스에는 기존의 박스오피스 흥행 공식으로는 제작이 어려웠던 다양성을 지닌 영화들이 화수분처럼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1970년대 초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로마'가 있다. 스페인어와 멕시코 원주민어로 된 흑백영화로,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했을 정도로 작품성이 높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도 기존의 흥행 논리대로라면 대대적인 극장 개봉이 어려웠을 터. 다행히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서비스 중인 넷플릭스가 이 작품을 공개했고, 세계 각국의 영화 마니아들은 거장의 작품을 클릭 한 번으로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게 됐다.
넷플릭스가 영화 마니아의 아지트가 된 두 번째 이유로는 높은 퀄리티의 자막을 꼽을 수 있다. 비영어권 영화를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질 좋은 한국어 자막을 구하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알 것이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모든 회원에게 언어와 지역에 상관없는 동일한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현지화 팀을 따로 두고 30여 개 언어로 자막과 더빙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작품 포스터나 시놉시스까지 회원들이 접하는 거의 모든 이미지와 글귀를 현지화하고 있다. 이들의 철두철미함 덕분에 영화 마니아들은 자막 걱정 없이 비영어권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셋째, 적재적소에 이루어지는 넷플릭스의 콘텐츠 추천 기능 역시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넷플릭스는 회원 개개인의 시청 기록을 자체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작품을 추천한다. 많은 작품을 감상할수록 추천 리스트는 더욱 정확해지며, 이에 따라 미처 몰랐던 보물 같은 작품을 발견할 가능성도 커진다. 예컨대 당신이 '킹덤'이나 '새벽의 저주' 같은 좀비물을 즐겨본다면, 숨겨진 명작으로 평가받는 일본 좀비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추천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넷플릭스는 스트리밍하는 콘텐츠를 특정 주제와 장르, 내용에 따라 묶은 ‘컬렉션’도 제공한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세계’ 컬렉션을 검색하면 '천공의 성 라퓨타'나 '이웃집 토토로' 같은 유명 작품부터 2015년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가구야 공주 이야기'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 ‘10대 스포츠 영화’, ‘흥미진진한 한국 영화’ 등 다채로운 컬렉션은 영화 마니아들이 다양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편도욱 로이슈 기자 toy10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