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
이미지 확대보기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조희대)는 2019년 12월 24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 무죄를 확정했다(대법원 2019.12.24 선고 2019도15602)판결).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피고인 A씨(당시 10대)는 2018년 3월 24일 오후 9시21분경 원동기장치자전거(오토바이)를 운전해 용인시 기흥구 상갈주민센터 쪽에서 상갈파출소 쪽으로 진행하면서 사고를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채 운전한 과실로 도로를 횡단하는 피해자 B씨(60)를 들이받아 피해자에게 약 18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중상해를 입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이 사건 사고 발생 시각과 장소 등을 고려할 때 무단횡단을 예견할 수 없었고,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을 보더라도 피해자를 회피할 수 없었으며, 피해자가 주취상태에서 무단횡단할 것을 예상하면서 운전해야 할 주의의무가 없으므로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2018고단2760)인 수원지법 이종민 판사는 2018년 11월 23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편도 2차로, 왕복 3차로 도로로서 직선 구간이고, 도로 양쪽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고 주택 밀집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가 다수 존재하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봤다.
또 "현장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은 직선구간에 돌입한 시점부터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약 2초간 직선으로 주행하면서 주행속도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직선주행 당시 전방 및 좌우의 시야를 방해할 만한 장해 요소가 존재하지 않아,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 했다면 이 사건 사고를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며 "이 사건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신뢰의 원칙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아무런 피해 변제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사실도 없다. 다만 피고인이 소년이고, 형사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다. 한편 피해자는 무단횡단 장소로부터 근접한 장소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었음에도 무단횡단하여 사고 발생에 기인했다. 피고인 또한 이 사건 사고로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러자 피고인은 사실 오인 및 법리오해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2심(원심 2018노7638)인 수원지법 제7형사부(재판장 김형식 부장판사)는 2019년 10월 10일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있다"며 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85. 7. 9. 선고 85도833 판결 참조).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7도5389 판결 등 참조).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어 "도로 상황 등에 비추어 피고인에게 어두운 밤에 근처에 있는 횡단보도를 두고 빠른 속도로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가 있다는 것까지 예상하면서 운전할 것을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형사책임을 면해보려는 의도에서 실제로는 피해자가 중앙선 부근에 서 있는 것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음에도, 사전에 이를 발견하고 사고를 피하려고 노력하여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설령 피고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 같이 피고인이 직선 구간이 시작될 무렵 피해자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직선 구간이 시작되고 나서부터 피해자를 충격하기까지의 거리는 약 16.93m 정도에 불과하므로, 일반적인 위험 인지·반응 시간(0.7~1.0초)과 오토바이의 제동거리 등을 감안해 볼 때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제한속도인 50km를 준수해 오토바이를 운전하고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