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건 수사를 은폐 및 축소한 혐의를 받고 있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김용판이 당당하게 증인 선서까지 거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믿는 구석이 있었던 것입니다”
<자로>는 그러면서 “2014년 2월 6일, 대한민국의 정의가 사망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사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노회찬 정의당 전 의원은 <자로>의 서명 소식을 접하고 트위터에 “근조(謹弔)”라고 동참했다.
추모 서명 댓글에는 “대한민국에 정의 개나 줘 버려라”, “정의가 죽어버린 조국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잘가요 정의”, “대한민국에 정의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의가 죽었기에 국민의 일원으로 가슴을 치고 통곡하며 추모합니다”라는 등의 글들이 잇따랐다.
물론 사법부와 재판장을 향한 격한 표현도 다수 있었다.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149237
▲‘네티즌수사대’<자로>가6일포털사이트‘다음’에서긴급진행하는서명운동
이미지 확대보기이에 기자는 <자로>에게 긴급히 연락해 추모 서명을 진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자로>는 “최소한의 상식마저 무너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로>는 “아마 오늘 멘붕을 느낀 분들 많을 겁니다. 지난 2012년 12월 19일에 느꼈던 멘붕을 또 한 번 겪게 되는 느낌”이라고 힘겨워 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 역시도 그동안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를 추적해온 네티즌 수사대로서 그간 제가 걸어온 여정들이 스치고 지나가더군요. 서글프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아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가 추모서명을 생각해냈습니다”
<자로>는 “서명 자체가 어떤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이슈화 시키는 정도는 가능하다고 느꼈다”며 “그리고 추모 서명 소식이 퍼지면서 실제로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계시다. 서명을 올린 지 약 2시간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 1000명 가까이 서명을 하셨다. 유명인 분들도 트위터 알티를 통해 동참해 주고 계시다”고 전했다.
<자로>는 “결국 이번 판결을 통해 특검이 절실함을 다시금 느꼈다”며 “현재 검찰은 기본적인 공소유지도 버거워 보인다. 이대로는 원세훈도 무죄판결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조속히 정신 차렸으면 좋겠다. 민주당, 새정치 신당, 정의당, 진보당 모두 힘을 합쳐야한다”며 “상식이 통하는 세상은, 너무도 멀게만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자로>는 “하지만 이제 겨우 1심이 끝났을 뿐이다. 보다 멀리 보면서 더 치열한 싸움을 준비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며 “저도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마음이 이래저래 참 힘든 하루”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 현재 추며 서명에는 누리꾼 1145명이 서명했고, 수백개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한편, <자로>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트위터와 포털사이트 등에서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흔적을 찾는 ‘네티즌 수사대’로 누리꾼들과 언론매체에서 꽤 유명하다.
지극히 평범한 40대 초반 직장인이자 평온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자로>는 2012년 대선 막바지 당시 ‘국정원 요원(댓글녀)’ 사건을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오로지 ‘진실’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가 추적한 내용은 언론매체가 단서로 삼아 취재를 보강해 보도할 정도다. <자로>는 정치인들과도 자신이 추적해 발견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유할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다.
<자로>는 꿈꾸는 세상은 무엇일까. 그는 말한다. “촛불이 필요 없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