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A씨는 2007년 1월 접촉하던 북한 공작원에게 이메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의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6.15 남북공동선언 등 탁월한 지도력에 감사드리며 제시하는 방향이 우리 인민이 사는 길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따라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조국 통일의 밝은 미래를 위해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결국 A씨는 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 편의제공 등)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창렬 판사는 2009년 2월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했다.
박창렬 판사는 “피고인이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이 주체사상 등으로 의식화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적극적으로 부정하거나 이를 전복할 의사로 범행에 이르렀다고는 보이지 않는 점, 피고인이 제공한 물건이나 정보로 인해 국가보안법의 보호법익인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해 초래한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고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1심에서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명령을 받았지만 2심은 생일축하편지 부분에 대해 일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김정일에게 생일축하 편지를 작성ㆍ제출한 행위는 단순히 의례적인 행위에 불과한 것일 뿐이므로, 비록 그 전달의 상대방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수괴인 김정일이라 할지라도, 편지의 작성ㆍ제출 행위만으로 곧바로 국가의 존립과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8)씨의 상고심(2010도6310)에서 김정일을 찬양하는 생일축하 편지 등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편지는 비록 생일 축하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김정일의 체제와 그가 제시ㆍ추진하는 통일 노선을 비롯한 정책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치켜세우고 이에 찬성해 적극적으로 따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편지를 작성해 전송한 행위의 앞뒤로 상당히 오랫동안 북한 대남공작원과 관련된 국가보안법위반(편의제공 및 회합ㆍ통신 등)의 범죄를 저지르던 가운데 그와의 의사연락을 거쳐 편지를 작성한 것은 단순히 의례적ㆍ사교적 차원을 넘어서서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방법으로 반국가단체 내지 그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하는 것에 해당하고 그 행위에 국가의 존립과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명백한 위험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