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대법원에서 김영란ㆍ이홍훈 전 대법관, 박시환ㆍ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독수리 5형제’로 불리며 사회적 약자 보호에 대한 소수의견을 많이 제시했던 김지형 대법관이 18일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김지형 대법관은 이날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27년 전, 처음 법복을 입었을 때 벅차고 떨렸던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데, 이제 그 법복을 벗고 법관으로서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 자리에 섰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6년 전 예기치 못한 부름을 받고 대법원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는 무거운 책임감에 두려운 마음뿐이었다”며 “6년이 지난 지금은 부끄러움이 앞설 뿐이고, 처음의 다짐과 소망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어 “제가 법관으로서 도달하려고 했던 목표는 한가지였다. 고통 받는 이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는 것이었다”며 “제가 그 동안 내린 판단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됐을지 모르나,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실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분들께는 지극히 넓은 혜량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제가 법관으로서 지낸 세월은, 법 안에서 법을 찾아 법을 발견하려 했던 시간들이었다”며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남아 있는지, 직접 경험하고 확인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고 감회를 밝혔다.
김 대법관은 “지금도 그 숱한 불면의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올바른 판단을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계시는 많은 법관들이 있다”며 “홍수처럼 밀려오는 수많은 사건 앞에서 제가 겪었던 번민과 여러분이 겪고 있는 그것이 다를 바 없을 것”이라고 법관의 고뇌를 피력했다.
그는 “그러나 저는 우리 법관들을 믿습니다. 마치 홍수에 떠내려가듯 일상 속에 함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을 발견하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 인간의 보편적이고 공정한 가치를 실현하는 ‘좋은 법관’이 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은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또 “거짓과 위선이 난무하는 세상에서는 진실을 찾아내는 것 자체가 정의의 출발”이라며 “그러나 실체적 진실이 밝혀졌다 하더라도 올바른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부정의일지는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을 그릇 인정한다면 1인에 대한 부정의에 그칠 수 있지만, 법관이 그릇된 법을 선언한다면 이는 만인에 대한 부정의임을 모를 수 없다”며 “그러기에 법관들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관은 “어느 사회가 법관과 법원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면, 그 사회는 매우 소중한 자산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법관이 내린 판단이 무엇이든, 그것이 내 생각과 같거나 다르거나 나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거나 상관하지 않고, 법관이 그것이 정의라고 선언했기 때문에 그것을 존중하고 승복하겠다는 것, 그것이 믿음의 완성”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어느 사회가 법관과 법원을 믿지 못한다면, 그것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같거나 유리한 판단에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자신의 생각과 다르거나 불리한 판단에는 고개를 돌린다면, 법원에 대한 믿음은 기대할 수 없다”며 “사회가 법관에게 자신의 생각과 같거나 유리한 판단만이 정의라고 내세우는 사적(私的) 정의를 요구하지 않을 때 법관과 법원에 대한 그 사회의 믿음은 굳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사회에게 믿음을 바랄 수만은 없다”며 “결국 우리 사회의 믿음은 법관과 법원이 사적 정의의 요구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정의로움을 스승삼아 올바르게 나아갈 때 가능한 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김 대법관은 특히 “법관의 독립은 생명과 같아, 이것을 잃으면 생명을 잃는 것이니 법관 스스로 이를 지켜내야 한다”며 “그러나 법관의 진정한 독립은 법관이 외로이 법과 정의를 제대로 선언하는 책무를 다할 때 지켜낼 수 있다는 생각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의 우리 사회가 법관과 법원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함이 있을지 모른다”며 “그러나 그만큼 우리 법관과 법원이 우리 사회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우리 법원은 기꺼이 더 많은 불면의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법관과 법원의 역할을 역설했다.
김 대법관은 끝으로 “‘산에서 나와야 산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저는 이제 법원을 나서지만, 그럼으로써 법원을 더 잘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한그루 사과나무처럼 법원 사랑하는 마음을 더 크게 키워나가겠다”며 “법원은 저의 첫사랑입니다. 법관을 마치는 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첫사랑을 지키겠습니다”라고 법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김지형 대법관 “법관 독립은 생명…법원은 내 첫사랑”
퇴임사 “법관은 숱한 불면의 시간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위해 고심 거듭” 기사입력:2011-11-18 14: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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