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물 안 나와 화재차량 운전자 사망…누구 책임?

광주지법, 소방서 상급기관인 전라남도 50% 손해배상 책임 기사입력:2011-05-18 17:13:47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차량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소방호스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 장비 고장으로 불을 끄지 못해 운전자가 중화상을 입고 숨졌다면 행정당국이 50%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37)씨는 지난 2010년 3월28일 0시35분께 전남 나주시 금천면 남양유업 앞 도로에서 혈중 알코올농도 0.1%의 음주상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가던 중 도로 옆 하수구 콘크리트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의 차량은 우측으로 45도 기울어진 상태로 정지했고, 본네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때마침 견인차량 기사가 A씨를 구출하기 위해 차량 문을 열려 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았고, 유리창을 깬 후 A씨를 빼내려고 했으나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 실패했다.

이에 기사는 차량에 있던 소화기로 화재 일부를 진화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은 소방차량에서 소방호소를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려 했으나 소화액이 방수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사고 차량은 불길에 휩싸였고, 소방차량이 현장에 도착한 뒤로 5분가량이 지났을 무렵 A씨가 비명을 지르며 몸에 불이 붙은 채로 사고 차량에서 튀어나왔다. 이에 소방관이 소화기로 A씨의 몸에 붙은 불을 껐으나, 끝내 A씨는 중화상을 입고 숨졌다.

이에 숨진 A씨의 부모는 “소방관이 화재현장에 일찍 도착했음에도 소방차량의 기계적인 결함과 소방관의 적절하지 못한 인명구조로 아들이 숨졌다”며 나주소방서 상급기관인 전라남도를 상대로 1억377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광주지법 제6민사부(재판장 김용배 부장판사)는 최근 차량화재로 숨진 A(37)씨의 부모가 전라남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2010가합9308)에서 인명을 구조한 못한 소방관의 책임을 50%로 인정해 “전라남도는 망인의 부모에게 6376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소방장비를 작동시켜 사고 차량의 화재를 진화하지 못한 데에는 그가 소방장비의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거나, 급박한 상황에 당황해 기계장치 조작을 잘못한 과실과 피고가 소방장비의 관리를 소홀히 한 기계적 결함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방치한 과실 중 적어도 어느 하나의 과실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소방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소방관은 일단 차량에 비치된 소화기로 화재를 진화한 후 주위 사람들과 함께 구조하는 것이 망인의 구조를 위한 시급하고도 적절한 조치로 보여지는데,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기계를 재작동하거나 소방호소를 점검하는 등의 조치만을 취하면서 3분 정도의 시간을 흘려보낸 행위는 소방공무원으로서 인명구조과정에서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함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망인은 소방관이 도착한 후 5분이 지나서 크게 비명을 지르며 사고 차량에서 탈출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망인이 뛰쳐나오기 전에 방수가 됐거나 망인의 구조를 위한 조치가 취해졌더라면 망인이 치명적인 화상을 입기 전에 화재가 진화되거나 구출될 수 있어 사망이라는 결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따라서 피고는 소속 소방공무원의 과실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 사건 화재는 망인이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가 도로를 이탈해 하수구 콘크리트 구조물 및 경계석을 충격해 발생한 것으로 망인의 과실은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된 만큼 50%의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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