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포스터에 ‘쥐’ 그린 대학강사 박정수 벌금형

이종언 판사 “공용물건 훼손 행위는 예술 또는 표현의 자유 한계 벗어나” 기사입력:2011-05-18 14:56:29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예술창작 행위로서 이명박 정권을 해학적으로 풍자하고자 지난해 서울 시내에 붙어있던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 넣은 대학강사 박정수(41) 씨에게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박씨와 연구원 최OO(29,여)씨는 지난해 10월3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 노상에 G20 서울정상회의 준비위원회가 설치한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틀을 대고 검은색 스프레이를 뿌려 쥐 그림을 그려 넣는 등 종로와 명동 일대에 붙어있던 22개의 G20 홍보물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자 박씨는 “일종의 그래피티(graffiti) 아트로서 예술행위이며 이는 예술표현의 자유보다는 예술창작이 자유에 가까우며, 이 사건으로 인해 입은 지극히 적은 경제적 손실과 예술창작 또는 예술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돼야 할 가치를 비교하면 이 사건 행위는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정수 씨

하지만 검찰은 공용물건손상 혐의를 적용해 징역 10월을 구형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종언 판사는 지난 13일 유죄를 인정해 박정수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함께 기소된 연구원 최씨에게는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2011고단313)

이 판사는 먼저 “헌법이 보장하는 예술의 자유는 창작소재, 창작형태 및 창작과정 등에 대한 임의로운 결정권을 포함한 예술창작활동의 자유와 창작한 예술작품을 일반 대중에게 전시ㆍ공연ㆍ보급할 수 있는 예술표현의 자유 등을 포괄하는 것이지만, 이러한 예술의 자유가 무제한적인 기본권은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없는 자체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다른 사람의 창작물이나 공공안내문, 게시판에 그림을 그리거나 낙서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물건을 훼손하는 경우에는 비록 그것이 예술작품의 창작과 표현 활동의 영역에서 발생한 일이라 하더라도 그 행위가 형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범죄에 해당하는 이상 예술창작과 표현활동이라는 이유로 그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피고인의 표현행위가 다른 법익을 침해하지 않으면 예술창작 및 표현의 자유로서 보호돼야 하지만, 피고인이 홍보물에 직접 쥐 그림을 그려 넣어 공용물건을 훼손한 행위는 예술 또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났다”며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공용물건을 훼손한 범죄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다”면서도 “피고인들이 G20 행사를 방해할 목적이 아닌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범행에 이르게 됐고 실제로 G20 행사에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피고인이 주장하듯이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해학적인 의미로 해석돼 예술적 표현의 일종으로도 보여 질 수도 있는 점, 그래피티 아트가 다른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예술의 장르로 보호받아야 할 여지도 있는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박씨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창동(57) 영화감독 등 영화인들이 박씨를 처벌하지 말아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내기도 했다.

법무부장관 출신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난 2일 개인성명을 통해 “담당검사는 ‘쥐와 같이 불길한’ 그림을 그린 것이 ‘우리 국민들과 아이들로부터 청사초롱과 번영에 대한 꿈을 강탈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이명박 정권의 개그”라고 힐난했다.

또 “이명박 정권은 예술적 표현조차 허용하지 못할 만큼 감성이 메말랐는지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하늘이 사람에게 준 것으로 어느 권력도 부인할 수 없다.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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