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험약관 애매모호하면, 고객에 유리하게 해석”

1심, 고객 승소→항소심, 보험사 승소→대법원, 파기환송 기사입력:2011-05-10 20:24:06
[로이슈=신종철 기자] 보험 약관에서 정한 암 진단 및 보험금 지급 범위가 불분명해 애매모호하다면 보험계약자인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P(60)씨는 2004년 무배당 AIG원스톱 암보험 1형을 계약했다. 보장내용은 암치료자금으로 계약일로부터 1년 미만에 암으로 진단 확정됐을 경우 1000만원, 1년 이후는 2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상피내암의 경우 상피내암 또는 경계성종양진단으로 확정시 계약일로부터 1년 미만의 경우 100만원, 1년 이후의 경우 200만원을 받기로 했다.

P씨는 또 2008년 2월에는 무배당 AIG원스톱 암보험 2형을 계약했다. 내용은 암보장 개시일 이후 암으로 진단 확정됐을 때 4000만원, 보장개시일 이후 상피내암 또는 기타 피부암으로 진단 확정됐을 때 400만원, 여기에 계약일로부터 2년 미만에 암, 상피내암 등에 대한 지급사유가 발생했을 경우 상기 지급액의 50%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P씨는 지난 2008년 9월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결과, 용종이 여러 개 발견돼 절제수술을 받았고, 이후 조직검사결과를 토대로 P씨는 ‘대장의 악성신생물(암)에 해당한다’며 암치료자금을 청구했다.

반면 AIG생명은 “대장에서 발견된 용종은 악성신생물(암)이 아닌 전이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피내암에 불과하다”며 400만원(1형 보험 200만원, 2형 200만원)만 지급하자 소송으로 이어졌다.

병원측 병리전문의는 “점막내 암종에 해당하기는 하나, 단순히 상피내에만 존재하는 암종이 아닌 고유판으로의 미세 침윤이 관찰되는 암종이므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라는 의견과 함께 일부 용종을 ‘점막 고유층에 국한된 선암’이라는 조직병리보고서를 작성했고, 담당의사는 이를 토대로 P씨의 최종 병명을 ‘상세불명의 결장 악성신생물’로 결론 내렸다.

◈ 1심 “보험사는 고객에 암 진단 보험금 지급하라”

1심인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 채승원 판사는 2010년 1월 P씨가 AIG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P씨는 이미 지급받은 보험금 400만원을 포함하면 4000만원을 받게 된 셈.

채 판사는 “원고의 대장에 발생한 종양에 대해 병리전문의가 ‘점막의 고유층에 국한된 선암’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 보고서를 토대로 원고의 병명이 최종 ‘상세불명의 결장 악성 신생물’로 확정됐으며, 이 사건 보험계약의 약관에 의하면 ‘암’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기본분류에 있어서 악성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이므로 원고의 질병은 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항소심 “간단한 시술로 완치되는데 암 치료비 주면 보험이 복권 전락 염려”

그러자 AIG가 항소했고, 서울중앙지법 제7민사부(재판장 양현주 부장판사) 2010년 10월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같이 대장의 종양이 점막층 내에 국한되는 경우 림프절에 의한 전이가능성이 없어 대부분 의료진들은 내시경을 통한 용종절제술 등의 간단한 시술을 통해 종양을 제거함으로써 완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장의 경우 일반적인 소화장기와는 달리 상피내암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 또한 간단한 시술을 통해 완치됨으로 인해 치료를 위한 비용이 비교적 소액에 그쳤는데 이런 경우에도 암치료자금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한다면 보험계약이 본래의 목적인 ‘치료자금의 충족’을 넘어 마치 복권이나 도박과 같은 ‘적극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사행계약으로 전락할 염려가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종양이 대장의 점막고유판을 넘어 점막근층을 침범한 경우에도 점막하층을 침범하지 않는 한 상피내암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가 결장의 종양으로 병리전문의의 병리결과보고서에 기초해 의사로부터 ‘상세불명의 결장 악성신생물’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원고의 종양이 점막층 내에 머무는 한 상피내암에 포함되는 점막내암에 불과할 뿐 대장암 즉 상세불명의 결장 악성신생물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 “보험약관 해석 그르친 위법이 있어, 다시 심리 판단하라”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암 진단을 받았는데도 소액 보험금을 지급한 것은 부당하다”며 P(62)씨가 AIG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2011다1118)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약관의 해석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당해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함이 없이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객관적ㆍ획일적으로 해석해야 하며, 이런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 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당해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1988년 대한대장항문학회와 대한외과학회의 주관 하에 작성된 한국인 대장암 취급지침서 역시 점막내 암종을 제1기 대장암으로 분류해 악성 종양임을 인정했고, 이것이 과거 오랫동안 국내 임상의사의 진단기준이 돼 왔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질병과 같은 점막내 암종을 상피내 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인 상피내암이 아니라 악성 신생물로 분류되는 질병인 암으로 보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고 그러한 해석의 객관성과 합리성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각 보험계약의 약관이 규정하는 상피내암은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돼 약관 조항의 뜻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하므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이 규정하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해 여기에는 점막내 암종을 제외한 상피내 암종만이 해당한다고 제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심은 이와 달리 대장 내의 종양이 상피세포층을 넘어 점막고유층까지 침범했으나 점막하층을 침윤하지 않은 경우에는 전이될 위험성이 거의 없어 대장암, 즉 상세불명의 결장 악성 신생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질병은 암이 아니라 상피내암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했는데, 이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보험약관의 해석을 그르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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