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서 축구하다 다쳐 의병전역…‘국가유공자’

국가유공자 지정 판단의 기준은 본인 과실 있는지가 최대 관건 기사입력:2011-05-03 18:29:30
[로이슈=신종철 기자] 군대에서 축구경기를 하다가 다친 경우 대법원은 ‘국가유공자’ 지정에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고 있는 가운데, 중대장 지휘 아래 축구경기를 하다가 상대팀 선수와 부딪혀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고 의병 전역한 경우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1983년 8월 육군에 입대해 32사단의 한 기동중대에서 복무하던 중 그해 10월1일 중대장 지휘 아래 중대원들과 함께 축구경기를 하다가 상대팀 선수와 부딪혀 넘어져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A씨는 다음날부터 1984년 1월3일까지 90일에 걸쳐 병가를 사용하며 치료를 받다가 그해 7월23일 심신장애를 이유로 의병 전역했다. 병적기록표상에는 ‘공상’으로 기록돼 있으며, A씨는 현재 우측 슬관절 전방십자인대파열 병증을 갖고 있다.

이에 A씨는 2008년 5월 국가유공자로 지정해 달라며 대전지방보훈청에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냈으나, 보훈청은 2009년 2월 “A씨의 상병이 군복무와 관련한 직무수행 중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자 A씨는 “1983년 10월 부대에서 축구경기 중 부상을 입었고, 이로 인해 ‘공상’으로 3회에 걸쳐 병가를 받고, 1984년 7월 심신장애로 인해 의병제대 했던 점에 비춰 보면, 군복무와 관련한 직무수행 중 발생한 것이므로,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대전지법 행정단독 김동현 판사는 최근 A씨가 대전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요건비해당결정처분취소 소송(2009구단824)에서 “A씨는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우측 슬관절 전방십자인대파열의 발병원인은 외상에 의한 경우가 가장 흔한데, 90일간 병가를 사용했다면 부상 정도가 중상 이상일 것으로 사료된다는 을지대학병원의 의학적 소견을 종합해 보면, 원고의 상이는 군복무 중 축구경기로 인해 입은 상해로 판단하는 것이 상당하고, 이런 인정을 뒤집을 만한 다른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그러면서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대전보훈지청의 국가유공자요건비해당결정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 대법 “부상에 본인 과실 있으면 국가유공자가 아닌 지원공상군경에 해당”

한편, 대법원은 군대에서 축구경기를 하다가 다친 경우 국가유공자 지정에 있어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고 있다. 군대 축구는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를 본 따 ‘군데스리가’라고 불릴 만큼 격렬해 다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대법원은 군대에서 축구경기를 하다가 다친 것은 ‘공무상 부상’에 해당하지만, 본인에게도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유공자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군 방공포병학교에서 복무하던 J(24)씨는 2007년 3월 부대에서 축구경기를 하다가 선임병이 강하게 찬 공에 왼쪽 발목을 맞고 중심을 잃어 발목이 꺾인 상태로 땅을 디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J씨는 왼쪽 발목인대 손상 및 파열 진단을 받고 국군병원 등에서 입원치료을 받다가 2008년 2월 ‘공상’에 따른 의병 전역한 후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을 했으나, 진주보훈지청은 J씨가 장애를 입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축구경기 중에 다친 것은 J씨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과실이 있다”며 국가유공자가 아닌 지원공상군경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원공상군경은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군경지원 대상자로, 국가유공자와는 일부 보훈 혜택에서 차이가 있다.

이에 J씨가 진주보훈지청을 상대로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냈으나, 1심과 2심에서 패소했고,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지난 3월 ‘공무상 부상 내지 질병’이라고 인정하면서도 “J씨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하지 않고 그에 준해 물질적으로 보상하는 지원공상군경으로 의결한 보훈지청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현행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교육훈련ㆍ직무수행 중 신체장애로 전역ㆍ퇴직한 ‘공상군경’ 중 본인 과실이 더해져 상이를 입은 사람을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는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아울러 대법원은 군대에서 축구경기에 참가하는 병사가 갖춰야 할 ‘주의의무’를 자세히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축구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는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 즉 축구공이 강하게 날아올 경우 등에 대비해 상대팀 선수의 움직임, 축구공의 방향 및 속도 등을 잘 살펴 스스로 위험을 피하거나 이에 적절하게 대비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원고는 축구공이 강하게 날아올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피하거나 발로 컨트롤 하지 못한 채 축구공에 왼쪽 발을 맞고 중심을 잃음으로써 부상에 이른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상이는 불가피한 사유 없이 원고의 과실이 더해 발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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