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진의장 전 경남 통영시장이 조선회사로부터 뇌물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1ㆍ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은 금품공여자와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상반되는 상황에서 뇌물공여자이 진술만 믿는 것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창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진의장(66) 통영시장은 2006년 9월~11월 사이 자신의 시장 집무실에서 통영의 SLS조선 이국철 회장과 김OO 사장으로부터 조선소 확장공사 인ㆍ허가에 대한 편의제공 청탁과 함께 3회에 걸쳐 미화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창원지법 형사1단독 황진구 판사는 2010년 4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진의장 통영시장에게 징역 1년과 추징금 2256만원(2만 달러 환산)을 선고했다.
황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수수한 금액이 3회에 걸쳐 미화 2만 달러에 이르러 결코 적지 않은 점, 수수한 뇌물의 공여 목적이 피고인의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법원에서 이 사건 범행이 유죄로 인정되는 이상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사건 범행을 극구 다투는 피고인으로서는 상급심에서 다시 한 번 유ㆍ무죄의 판단을 받아볼 여지가 있으므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진 시장이 “돈을 줬다는 이국철과 김OO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범행을 부인하며 항소했으나, 창원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전상훈 부장판사)는 2010년 10월 진의장 시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국철이 2007년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을 당시, 이미 피고인이 뇌물을 받았다는 소문과 제보가 있었고, 언론에까지 보도가 난 상태여서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인데다가, 이국철이 그동안 장기간의 수사로 너무나 힘들어 이제는 모든 것을 숨길 수 없다는 생각에 이 사건을 밝히게 된 데 대해 설득력 있는 진술을 하고 있는 등 이국철이 처음 수사기관에서 진술하게 된 경위에 달리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또 “이런 진술로 인해 이국철에게 특별한 이해득실이 생기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고인과 친분관계의 단절은 물론 회사 및 자신이 입게 될 유ㆍ무형의 불이익이나 형사처벌의 위험성까지 감수하면서까지 허위사실을 가공해 현직 시장이었던 피고인을 무고할 아무런 이유가 없어 보이고, 더욱이 이 사건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김OO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허위로 진술할 하등의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진 시장은 “이 사건으로 이국철이 구속 기소되지 않았고, 김OO은 이 사건을 비롯해 전 통영해양경찰서장에 대한 뇌물공여사건에서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음에도 입건조차 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춰 보면, 이는 이 사건 뇌물공여에 대한 진술에 협조해 둔 대가이므로 이국철과 김OO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수사과정에서 검사가 이국철과 김OO에게 선처를 약속하며 허위진술을 요구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히 김OO의 경우 1심에서 ‘최초 조사시 피고인에게 뇌물을 교부한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아 부인하다가 이국철이 이미 자백했음을 알게 돼 어쩔 수 없이 증언을 번복했다’고 진술하고 있고, 거기다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심정’에 대해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피고인이 이국철과 자신으로 인해 재판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한 괴로움과 피고인에 대한 미안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내면서도 자신이 미화 5000달러를 피고인에게 뇌물로 제공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더해 보면,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 대법 “뇌물공여자 뇌물제공 방식 이례적이어서 믿기 어려워”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28일 기업에서 뇌물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진의장 전 통영시장에게 징역 1년, 추징금 2241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원심에서 인정한 이국철과 김OO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이 들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창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특히 뇌물을 건넬 당시의 상황에 대한 뇌물공여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공소사실에는 돈을 건넬 당시 이국철이 피고인의 왼쪽에 앉아 있다가 그 자리에서 피고인의 오른쪽에 있는 협탁의 서랍을 열고 돈이 든 봉투를 넣거나, 피고인이 의자에 앉아 있을 때 피고인 의자의 왼쪽 팔걸이와 피고인의 왼쪽다리 사이에 봉투를 세워 넣는 방법으로 뇌물을 건넸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진 시장은 “경험칙상 뇌물공여의 은밀성에 반하고 피고인과 둘이 있는 장소에서 굳이 그런 불편한 자세를 취하면서 뇌물을 공여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부자연스러워 이국철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제공자의 “진술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실제 경험하지 않으면 진술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배척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국철로서는 당시 피고인을 겨우 3회 정도 만났을 뿐이고 자신보다 나이도 훨씬 많으며 현직 시장인 피고인 앞에서 그런 불편하고 힘든 자세로 돈을 제공했다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러워 보이고, 또 피고인이 의자에 앉아 있을 때 피고인 의자의 왼쪽 팔걸이와 피고인의 왼쪽 다리 사이에 봉투를 세워 넣었다는 것인데, 이런 신체적 접촉을 수반할 수 있는 금품제공 방식은 서로 격식을 따지지 않을 정도로 친분관계가 두터운 경우가 아니면 취하기 어려운 방법으로 이국철의 진술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금품공여자나 피고인의 진술이 일부는 진실을, 일부는 허위나 과장ㆍ왜곡ㆍ착오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사실심 법관으로서는 금품공여자와 피고인 사이의 상반되고 모순되는 진술들 가운데 진실을 찾아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런 노력 없이 금품공여자의 진술 중 일부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은 모두 신빙하고 이와 배치되는 피고인 주장은 전적으로 배척한다면 논리의 비약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피고인 주장은 배척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자유 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 보낸다”고 덧붙였다
대법 “뇌물공여자 진술만 믿고, 피고인 배척은 잘못”
진의장 전 통영시장 뇌물 2만 달러 수수 혐의 사건 파기환송 기사입력:2011-04-29 15: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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