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검사 출신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이른바 ‘고대녀’ 사건의 피해자인 김지윤(27)씨에게 7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물으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패소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지윤 씨는 2008년 6월 6일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한승수 국무총리와 대학생들의 시국토론회에서 한 총리의 논거를 조리 있게 반박해 한 총리를 쩔쩔매게 했다.
게다가 이날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학교 선배인데 요즘같이 고려대를 다니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없다”며 현 정부를 신랄히 비판해 ‘고대녀’라는 애칭을 얻으며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김씨는 2008년 6월 12일 방영된 MBC 100분토론 ‘쇠고기재협상과 촛불정국의 향방은?’이라는 프로그램의 ‘시민논객’으로 출연했는데, 김씨는 쇠고기재협상이 불가하다는 주장을 편 토론자들에게 질문을 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협상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비판하고 재협상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검사 출신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당시 방송화면에 김씨는 고려대학교 재학생으로 소개돼, 쇠고기 재협상을 주장하는 언론 및 네티즌들로부터 “논리 정연하게 잘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역시 ‘고대녀’라는 별명이 굳어지며 높은 관심과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주성영 의원은 일주일 뒤인 6월 20일 방영된 MBC 100분토론에 패널로 참여해, “고려대 여학생 기억나시죠? 이게 김지윤 학생 프로필인데, 고려대 학생이 아니에요. 고려대에서 제적당한 학생”이라며 “이력을 보면 민주노동당 당원이고 각종 선거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도 선거운동을 한 정치인”이라고 발언했다.
그러자 일부 인터넷 기사의 댓글이나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에 김씨의 발언이나 경력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졌고, 이에 김지윤 씨가 주성영 의원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 대학의 출교처분과 퇴학처분에 소송 제기해 김지윤씨 모두 승소
한편 김씨는 2003년 고려대 사회학과에 입학해 재학 중이던 2005년도에 민주노동당에 입당하고,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대한 고려대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 저지 시위에 참가했으며, 2005년부터 ‘전쟁에 반대하는 고려대네트워크’의 간사로 활동했으며, 2006년부터는 민주노동당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는 등 활발한 학생운동 및 사회활동을 해왔다.
특히 김씨는 2006년 4월 고려대 보건과학대학으로 통합된 보건대학 2ㆍ3학년 학생에게 총학생회 투표권을 줄 것을 요구하며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을 점거했다가 4월19일 출교처분을 당했지만 재단을 상대로 출교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이듬해 10월 승소했다.
그런데 재단은 다시 2008년 2월 김씨를 같은 이유로 퇴학처분을 내렸고, 이에 김씨는 퇴학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퇴학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해 2008년 3월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퇴학처분의 효력을 정지하고 효력정지기간 동안 학생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는 내용의 인용결정을 받았고, 위 결정 직후 김씨는 복학했다.
이어 2009년 1월 퇴학처분의 무효확인 승소 판결까지 받아 김씨는 최종적으로 고려대 재학생 신분을 회복했다. 이런 김씨에 대한 출교처분 및 퇴학처분의 내용과 소송의 경과 및 판결의 내용은 그때그때 신문, 방송 및 인터넷 언론매체에 보도돼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그 기사를 검색해 볼 수 있었다.
1심인 서울남부지법 민사1단독 이동욱 판사는 2009년 12월 김주윤 씨가 주성영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주성영 의원은 김지윤 씨에게 7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주 의원은 방송 시사프로그램에서 ‘고대녀’라고 불리는 김씨에 대해 ‘학교에서 제적당한 민주노동당 정치인’이라는 허위사실을 말해 김씨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으므로, 김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100분토론 직후 김씨가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주성영 의원의 발언에 대해 항의집회를 하면서 “주성영 의원은 제가 마치 거짓말한 것처럼,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진짜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은 공중파에 대고 한 학생의 명예와 인권을 완전히 침해한 바로 주성영이야말로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주 의원이 김씨를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2000만 원의 손해배상 반소 청구는 “주 의원이 자초한 측면이 있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기각했다.
◈ 항소심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킨 행위로 김지윤씨 인격권 침해당했다”
이에 불복해 주성영 의원이 항소했으나, 서울남부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이영동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주 의원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원고 김씨는 2008년 6월 100분토론에서 고려대 재학생 신분으로서의 발언이 화제가 돼 ‘고대녀’라고 불리며 당시 쇠고기 수입문제 및 촛불집회를 둘러싼 사회, 정치적 현안에 관심이 많은 일반국민들로부터 높은 관심과 인기를 얻고 있었던 점, 김씨가 100분토론에서 발언할 당시에는 이미 대학의 출교처분 및 퇴학처분의 무효 확인 판결이 모두 확정된 상태이고 김씨도 복학해 고려대 재학생 신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원고에 대해 피고는 일주일 뒤 100분토론에서 ‘대학에서 제적돼 대학생 신분이 아닐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정치적인 활동을 벌여온 정치인이었으면서도 마치 자신이 고려대 재학생인 것처럼 가장해 발언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했는데, 이는 원고의 대학생 신분에 관한 허위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반 시청자들에게 원고의 그 날 발언이 순수성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어떠한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이루어진 것이라는 암시를 줬다”고 지적했다.
또 “더욱이 원고는 피고의 발언으로 논쟁의 중심으로 떠올라 이후 인터넷 기사의 댓글이나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 원고의 경력과 발언내용에 대해 공격을 받아온 점 등을 고려하면, 허위사실의 적시를 통해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킨 행위에 해당한다”며 “결국 피고의 불법행위로 원고가 인격권을 침해당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위자료 액수와 관련 “피고의 명예훼손의 내용과 정도, 불법행위의 경위, 원고가 입었을 것으로 보이는 사회생활상 불이익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위자료는 7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 경멸적 인신공격으로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성영 의원 주장 기각
한편, 재판부는 주 의원이 김씨가 항의집회와 시위현장에서 자신을 경멸적인 인신공격으로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낸 2000만 원의 반소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 의원이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고 생각한다는 부분이나 정치적 수준이 한심하다거나 국회의원으로서의 수준과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취지의 발언 및 입만 열면 망언이라는 표현은, 단지 주 의원에 대한 김씨의 개인적 생각이나 의견표명이라 할 것인지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서 이를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씨가 주 의원에 대해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거나 정치에 대한 한심한 수준을 보여주었다거나 국회의원으로서의 수준과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한 발언, 입만 열면 망언이라는 피켓이나 뇌구조 그림은 그 표현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등에 비추어 피고를 비하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서 모욕적인 언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의 발언은 100분토론에서의 피고의 명예훼손 행위에 반발해 항의과정에서 하게 된 것으로 이는 피고가 자초한 측면이 있는 점, 공적인 존재의 공적인 관심사에 관한 문제의 제기는 널리 허용돼야 하는 점, 원고의 발언내용에 다소 격한 표현이 있지만 이는 피고의 명예훼손적인 발언으로 인한 격앙된 상태에서 피고의 잘못된 발언을 정정하고 그 잘못을 비난하면서 이루어지게 된 점 등을 고려하면, 그 표현내용이 사회상규에 위배될 정도로 피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거나 피고에게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을 했다고 보기 어려워 모욕했다는 주장 역시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주성영 의원, ‘고대녀’ 명예훼손 배상 항소심도 패소
법원 “위자료 700만원 줘라”…주 의원이 제기한 반소 청구는 기각 기사입력:2011-04-25 01: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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