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통화내용 공개한 신지호 의원, 항소심도 벌금형

항소심 “신지호 의원 손해배상책임…위자료 500만원 줘라” 기사입력:2011-04-19 18:03:15
[로이슈=신종철 기자] 반말과 욕설을 섞어가며 거칠게 항의하는 공무원노조 간부의 통화 내용을 녹음했다가 언론에 보도되도록 한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공무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행위로 판단해 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사진=홈페이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은 2009년 국정감사를 앞둔 9월24일 서울시 OO구청장에게 ‘휴직명령 없이 노조전임 활동을 하는 불법 노조전임자인 A씨를 휴직명령 처리를 하지 않는 사유’ 등에 관한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구청장은 9월28일 신 의원에게 “A씨는 노조전임자가 아니며, 현재 구청 치수방재과에 근무하고 있다”는 내용의 답변을 했다. 그러자 신 의원은 다시 구청장에게 A씨에 대한 연가신청내역, 보수내역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공무원노조 간부이자 당시 치수방재과 소속 8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이런 사실을 알고 신지호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으나, 신 의원이 전화를 끊는 바람에 별다른 통화를 하지 못했다. 다시 몇 차례 전화했으나 받지 않아, 의원실로 전화했다가 받는 사람이 없어 음성메시지를 남겼다.

이후 A씨는 신 의원의 보조관과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반말과 욕설을 섞어가며 항의했다. 문제는 보좌관이 이를 녹음해 녹취록을 일간지 기자에게 건넸고, 신문은 ‘구청 8급 공무원 OOO 전공노 부위원장, 국감자료 요구 의원에 막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자 해당 구청장은 2009년 11월18일 통화내용이 신문에 게재돼 많은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사는 등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등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 등으로 A씨를 해임하는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몰래 녹음한 통화내용을 언론에 공개해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1심인 서울남부지법 민사1단독 이현우 판사는 지난해 6월 신지호 의원에게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그러자 신 의원이 항소했으나, 서울남부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이영동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신지호 의원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손해배상 위자료 500만 원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의 공개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공표된 사항이 일반인의 감수성을 기준으로 그 개인의 입장에 섰을 때 공개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에 해당한다고 인정되고, 아울러 일반인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서 그것이 공개됨으로써 그 개인이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가
질 사항 등에 해당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는 공무원인 원고가 자신의 자료 요청에 항의하기 위해 보좌관과 통화했으므로, 그 통화 내용은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다투나, 원고가 일반인에게 공개할 것을 전제로 하거나 이미 공표한 내용으로 보좌관과 통화한 것이 아니므로, 피고의 자료 요청에 항의하기 위해 통화했더라도, 원고가 그 통화에서 한 발언은 사생활의 비밀이 보호돼야 하는 영역에 속하므로 피고의 다툼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신문에 보도된 통화 내용은 일반인의 감수성을 기준으로 원고의 입장에 섰을 때 공개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에 해당하고, 일반인에게 보도되기 이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서 그것이 공개됨으로써 원고가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가질 사항 등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통화내용을 신문에 보도되도록 한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보장받아야 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누릴 권리를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신지호 의원은 “공무원인 원고가 보좌관과의 전화 통화 중 욕설과 반말을 한 행위는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이자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하고, 국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 권리가 있으므로, 진실한 사실을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통화 내용을 보도하도록 한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항변했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정활동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피고의 이익이 원고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누릴 권리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통화내용은 원고의 동의가 없는 한 공개가 허용되는 영역으로 볼 수 없으며, 많은 시민들이 원고를 비난한 점, 해임 징계사유 중 하나가 신문기사를 들고 있는 점 등으로 봐 원고에게 끼친 피해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항의 과정에서 반말과 욕설을 한다는 내용을 보도한다고 해서 국민들이나 공무원들이 자료를 요구하는 국회의원에게는 공손히 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다소의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국회의원에게는 항의하면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부작용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피고 및 보좌관으로서는 원고를 설득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이해와 협조를 구할 수 있었음에도 동의 없이 녹음하고 보도되도록 한 것은 보충성에 반하고, 특별히 긴급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으며, 원고의 이름까지 언론에 보도되도록 한 것은 합리적이라거나 상당하다고 보기 어려워, 불법행위로 평가된 피고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는 항변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의 행위는 불법행위로서 위법하므로,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는데, 원고는 피고의 행위로 시민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징계해고의 하나의 사유로 되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이를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위자료는 통화 경위 및 내용과 보도된 정도, 원고와 피고의 사회적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5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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