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LG전자 ‘왕따’ 해고 직원…복직소송 끝내 패소

1심 “해고 정당”→항소심 “해고 무효”→대법원 “해고 정당” 파기환송 기사입력:2011-04-03 18:38:48
[로이슈=신종철 기자] 직장상사 비리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누락되고 집단 따돌림 ‘왕따’를 당했다고 주장한 ‘해고’ 직장인이 대기업 LG전자(주)를 상대로 복직 소송을 벌여 항소심에서 승소했으나,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그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 사건은 이른바 대기업 '왕따' 사건으로 사회적 관심을 끌었었다.

◈ 정OO씨 해고까지 무슨 일 있었나?

1988년 LG전자에 입사해 1994년 대리로 승진한 정OO(48)씨는 1999년 2월 과장 승진대상에서 누락되자 이에 반발해 상사들에게 항의하는 등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정씨는 자신이 1996년 11월 회사 감사실에 상사에 대한 비리제보를 해 전면적인 감사가 이뤄졌는데, 그 상사가 인사고과점수를 의도적으로 나쁘게 줘 과장승진에서 2번이나 누락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정씨는 직속상사들과의 면담에서 자신을 진급시켜 주지 않을 경우 비리제보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 등에 관해 대표이사에게 투서하겠다고 말했고, 이후 1999년 7월 대표이사를 찾아가 조직에서 집단 따돌림 ‘왕따’를 당하고 있으며, 무능한 관리자의 비리행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실제로 한 상사는 부하직원들에게 정씨를 집단 따돌림 시키는 ‘왕따 메일’을 지시했는데 ‘정OO 대리가 PC를 사용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고 만약 정 대리가 PC를 사용하는 상황이 발견될 시 PC 담당직원과 주변에 있는 직원은 책임을 묻겠다’는 것과 ‘팀원 내부 메일에서 정 대리를 수신인 대상에서 반드시 빼라. 회사비품을 정 대리에게 빌려주는 일이 절대 없도록 하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한 과장승진에서 탈락한 정씨는 구조조정 권고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퇴직을 권고 받았고, 이에 정씨가 퇴직의사를 밝혔다가 번복하자 회사는 1999년 3월 외근직인 정씨를 내근직으로 근무하게 하는 대기발령을 냈다. 당시 정씨는 컴퓨터조차 없는 책상에 혼자 앉아서 독후감 작성 지시를 받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상사들과의 업무상 갈등과 마찰은 커졌고, 결국 LG전자는 1999년 11월 정씨를 전보시킨 뒤 이듬해 1월 징계 해고했다.

LG전자는 “정씨가 정당한 전보발령에 반발하면서 상사의 직무상 명령을 불성실하게 수행하거나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채 고소장, 투서 등을 작성하고 상사 및 동료들을 복도로 불러내 자신에게 유리한 대화를 유도해 이를 녹음하는데 업무시간을 소비하는 등 직무를 태만히 했다”며 해고했다.

또 “정씨가 승진탈락에 불만을 품고 승진을 시켜 주지 않으면 비리를 대표이사에게 투서하겠다면서 상사들을 수차례 협박했고, 1999년 11월에는 실장이 자신의 디스켓을 절취했다고 허위 도난신고를 한 후 실장과 팀장의 책상서랍 2개를 이들을 향해 던져 위협함은 물론 회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기물을 손괴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정씨가 동료직원들과의 대화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해 투서에 활용하는 등 직원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직원 상호간의 불신을 야기해 직장 내 화합을 해쳤고, 위 도난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게 함으로써 회사에서 도난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오인하게 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밝혔다.

반면 정씨는 “1996년 11월 상사의 자재구매 비리를 진정하는 내부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상사들에게 밉보여 업무능력에 비해 형편없는 인사평정을 받았기 때문에 과장진급에서 누락됐다고 판단해 이를 상사들에게 강하게 항의하자, 구조조정대상자로 선정해 명예퇴직을 권고했고, 당초 퇴직의사를 번복하자 회사가 보복적 차원에서 명예퇴직을 강요했다”고 며 소송을 냈다.

또 “1999년 3월 대기발령을 받은 이후 업무를 부여받지 못한 채 상사나 동료직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 내지 퇴직 종용을 받다가 그해 11월에야 전보발령을 받았다”며 “대기발령 자체도 원고에게 생활상 불이익을 주는 재량권을 일탈한 권리남용의 조치로서 무효이고, 게다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대기발령 조치를 한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어 대기발령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 1심 “해고는 정당…회사 잘못에 비해 정씨 책임 커”

1심인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김수천 부장판사)는 2007년 4월 정씨가 LG전자(주)를 상대로 낸 해고 등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비록 원고가 진급에서 탈락된 이후 원하지 않는 업무를 맡게 되고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등 회사나 직장상사로부터 다소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 하더라도,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보다 승진탈락과 업무변경에 항의하면서 과도한 행동을 취하고, 그 과정에서 상사나 동료들과 마찰을 빚는 등 본인의 무리한 대응이 큰 원인이 됐다”며 “결국 회사의 잘못에 비해 원고의 책임이 크다”고 밝혔다.

또 “집단 따돌림 이후 해고 시까지의 원고의 행위를 보면 계속 상사나 동료직원들의 대화를 녹음하고, 대표이사를 찾아가 자신이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고 무능한 관리자의 비리행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제출했으며, 새로운 보직에 대한 업무수행을 계속 거부해 전보됐을 뿐 아니라 전보된 뒤에도 상사의 업무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또 도난신고 후 직속상사를 위협하기도 했다”며 “이런 행동은 집단 따돌림을 당한 것에 대한 항의를 넘어 신뢰관계를 파괴할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이를 이유로 해고한 것은 정당한 징계재량권 행사”라고 판단했다.

◈ 항소심 “해고는 무효…해고사유로 든 정씨의 행위는 회사가 유발”

반면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2민사부(재판장 김상철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LG전자 손을 들어 준 1심 판단을 뒤집고 “원고를 해고한 것은 징계양정이 과다해 해고는 무효”라며 정OO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비리제보로 인해 불이익한 인사고과점수를 받고 그로 인해 과장승진에서 누락된 것으로 판단해 계속 항의하자, 회사는 보복적 차원에서 명예퇴직을 강요하는 한편, 원고를 대기발령하고, 이어 회사에서 내몰기 위해 원고에게 아무런 업무를 부여하지 않은 채 개인용 컴퓨터를 비롯한 사내 업무용 전자우편 ID까지 회수한 후 동료 부서원들로 하여금 원고를 조직적으로 따돌리도록 지시했고, 이에 원고가 대표이사에게 이런 문제의 시정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자 회사는 일방적으로 전보명령을 내린 후 해고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원고는 해고사유에 해당될 만한 행위를 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해고사유로 든 원고의 행위는 회사의 비리제보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 처우, 퇴직 종용이나 집단 따돌림 등에 대해 원고가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편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이는 회사에 의해 유발된 것”이라며 “따라서 그런 사유를 이유로 원고에게 행해진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록 원고는 대기발령과 해고 및 그 과정에서 상사들과 동료직원들에게 다소 무리하고 부적절하게 대응했고, 현재 원고와 피고 사이의 신뢰관계가 상당히 손상된 것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해서 사회통념상 회사와의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해 원고에 대한 해고는 징계양정이 과다해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 대법 “해고 정당…사회통념상 더 이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대법원의 최종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LG전자에 근무하며 상사 비리를 고발한 후 집단 따돌림을 당하다 해고됐던 정OO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등 무효확인 소송에서 “해고는 무효”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해고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2010다21962)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이 사건의 발단은 원고가 승진에서 탈락하자 사회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항의를 넘어, 상급자들에게 자신을 진급시켜 주지 않을 경우 비리제보로 대표이사에게 투서하겠다고 압력을 행사하는 등 회사 내 복무질서를 문란하게 한 데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대기발령 후 해고를 당하기까지 10개월 동안 많게는 하루 녹음테이프 3개 분량으로 동료직원이나 상사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는데, 이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직원 상호간의 불신을 야기해 직장 내 화합을 해치는 것으로서, 비록 원고가 대기발령 후 회사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고, 그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려 했다는 동기를 참작하더라도, 그 비위행위의 내용, 비위행위를 저지른 기간과 횟수 등에 비춰 보면, 회사 내 부당한 대우에 대한 항의를 넘어 스스로 회사 및 동료직원들과의 신뢰관계를 파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원고가 책상서랍을 던져 상사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한 경위를 보면, 사무실 내에서 분실한 디스켓을 찾으려고 시도해 보지도 않은 채 바로 도난신고를 해 경찰관들을 회사로 출동시키고 상사를 절도범으로 지목해 소란을 피우다 책상서랍을 상사에게 집어던질 듯한 태도를 취하며 위협하다가 이를 바닥에 던지는 등 위력으로 상사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원고는 해고 이후에도 대표이사 등 15명의 상사와 동료직원들을 폭행이나 무고, 위증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며, 집회금지가처분결정을 통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의 임시 주주총회 회의장에 피켓을 들고 나타나 주주총회 개최를 방해했고, 그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질서유지인들에게 폭행을 가해 각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으며, 원고가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에 피고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들이 게시돼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책임 있는 사유로 말미암아 사회통념상 더 이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해고가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해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했으니, 원심판결에는 해고의 징계양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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