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군인 동성애 처벌 ‘군형법’ 합헌”

헌법재판관 5(합헌) 대 3(위헌) 대 1(한정위헌) 의견 기사입력:2011-03-31 15:53:06
[로이슈=신종철 기자] 군대 내에서 군인 간의 동성애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군형법 제92조는 ‘계간(남자끼리 성행위) 기타 추행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육군 중사인 A씨는 모 부대 부소대장으로 복무하던 중 2008년 3월 이사를 도와주러 온 소대원 B(20)씨를 독신 장교 숙소에서 자신의 팔을 베고 눕게 하고, 같은 해 5∼6월 약 1개월간 매일 20∼30분간 부소초장실에서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B씨의 몸에 닿게 하는 등 추행한 혐의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입건됐다.

이후 A씨는 B씨와 합의를 통해 고소를 취소시켰지만 이후 군형법 92조의 추행죄로 기소됐는데, 육군 22사단 보통군사법원은 1심 재판 계속 중 직권으로 군형법 제92조가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31일 군인이 동성애 행위를 하면 강제성 여부와 상관없이 징역형으로 처벌토록 한 군형법 제92조에 대해 재판관 5(합헌) 대 3(위헌) 대 1(한정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기타 추행’이란 계간에 이르지 않은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만족 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군인들로서는 어떠한 행위가 군형법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전형적인 사례인 ‘계간’은 ‘추행’이 무엇인지 해석할 수 있는 판단지침이 되며, 대법원 판결 등에 의해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해석기준이 제시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법률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나아가 기본권 제한 정도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 및 군기의 보호’와 ‘국가안보’라는 공익보다 크다고 할 수 없어 법익 균형성을 일탈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군인들의 성적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동성애자의 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해서도 “군대는 엄격한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인간관계로 이루어져 있고, 젊은 남성 의무복무자들이 장기간의 폐쇄적인 단체생활을 해야 하므로, 동성 간의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행위가 발생할 가능성 및 상급자가 하급자를 상대로 동성애 성행위를 감행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므로, 동성 간의 성적 행위만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한다고 해도 동성애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성애자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종대목영준송두환 재판관 “위헌의견”

반면 반대의견을 낸 김종대목영준송두환 재판관은 “이 법률조항은 오로지 ‘계간 기타 추행’이라고만 규정해 ‘강제성을 수반하지 않는 음란한 행위’까지 이에 해당하는지를 법해석기관에 맡겨놔, 대법원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제 아래 강제력 행사를 수반하지 않는 행위도 이에 해당된다고 해석하고 있다”며 “이런 해석은 군형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강제성이 없는 ‘당사자 간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행위’가 강제성이 가장 강한 ‘폭행ㆍ협박에 의한 추행’과 동일한 형벌조항에 따라 동등하게 처벌되는 불합리성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이나 보호법익에 비춰 볼 때 ‘추행’은 ‘동성 간에 군내 내에서 하는 음란한 행위’로 한정돼야 한다”며 “그러나 이를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규정하지 않았고, 대법원 판례가 설시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보호법익의 개념도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다 보니, ‘군인인 이성 간의 군대 내 또는 군대 외 음란행위’나 ‘군인과 민간인과의 군대 내에서의 음란행위’ 등도 이 법률조항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들 재판관들은 그러면서 “결국 이 법률조항은 단지 ‘계간 기타 추행’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포괄적인 용어만을 사용함으로써 강제성 여부, 행위의 정도, 행위의 주체와 객체 및 행위 장소 등에 있어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게 돼 수사기관, 검찰과 법원이 자의적 해석을 초래하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대현 재판관은 “군인이 군대 밖에서 (동성)민간인을 상대로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이 법률조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한다면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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