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위험성 설명 뒷전 ‘펀드’ 판매…고객에 배상책임

부산지법, 펀드 판매 은행 35% 배상책임…고객도 65% 책임 기사입력:2011-03-30 18:12:19
[로이슈=신종철 기자] 은행이 고객에게 펀드상품을 권유하면서 안전성과 수익성만을 강조하고 투자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했다가 손해가 발생했다면 고객이 입은 손해액의 35%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가내수공업 공장을 운영해 온 J(67)씨는 재개발에 따라 지급받게 된 토지보상금 등 48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가, 2006년 12월 A은행 부지점장 Y씨의 권유로 이 은행이 판매하는 파생상품 펀드를 매수하면서 자신과 가족 명의로 6개 계좌를 개설해 총 14억9100만 원을 투자했다.

첫 해에는 14.5%에 달하는 2억1625만 원을 배당금으로 받는 등 수익률이 좋았다. 그러나 2007년 11월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주가가 급락해 75.5%의 손실을 봤다. 첫해에 지급받은 배당금을 감안하면 원금의 61%(9억980만 원)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은 것.

J씨는 이 펀드를 매입하기 전까지는 간접투자상품을 매입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면서 부지점장 Y씨에게 원금이 보장되는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요구했다.

그런데 이 펀드는 장외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으로 상당한 위험을 부담하면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임에도, Y씨는 J씨에게 펀드의 수익구조를 설명해 주면서 주가가 45% 이상 떨어지면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 펀드는 삼성전자 등 국내외의 5개 우량 종목에 투자하기 때문에 그럴 일이 거의 없고 매우 안전하다고 설명하면서 “삼성전자가 망하지 않는 이상 원금은 보장된다”고 말했다.

J씨는 이 같은 부지점장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원금이 보장되는 펀드로 이해하고 투자를 승낙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한편 Y씨는 2008년 1월 주식이 최초 기준주가의 55% 미만으로 하락해 원금손실 가능성이 발생했을 때에도 주가가 회복되기를 기대하면서 이런 상황에 관한 정보를 J씨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고, 손실을 줄이기 위해 중도 환매 등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있다는 설명도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이에 J씨와 가족이 A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2010가합791)을 냈고, 부산지법 제9민사부(재판장 오경미 부장판사)는 “A은행은 J씨 가족에게 총 3억 1840만 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은행 임직원이 고객에게 수익증권의 매수를 권유할 때에는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포함해 수익증권의 특성과 주요내용을 명확히 설명함으로써 고객이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고객을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결과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밝혔다.

이어 “부지점장 Y씨는 원고들에게 거액의 돈을 투자해 펀드를 매입하도록 권유하면서, 펀드의 안전성과 수익성만을 강조하고 그 운용방법이나 만기에 원금손실이 발생할 위험성 등에 관하여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이런 행위는 원고들에게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행위이자 보호의무를 저버린 부당권유행위인 만큼 피고 은행은 부지점장의 업무상 불법행위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투자자들인 원고들로서도 투자 상품의 손익구조, 투자위험성 등에 관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 신중하게 검토한 다음 투자해야 하는데도 이런 노력을 하지 않았고, 또 부지점장이 형식적으로 작성하게 한 ‘간접투자상품 고객 투자 확인서’에 펀드의 원금손실 위험성이 개괄적으로나마 기재돼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경솔하게 부지점장의 말에 의지해 거액의 돈을 한꺼번에 맡겨 투자한 잘못이 있다”며 은행의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원고들 손해액의 35%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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