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목을 조를 듯이 양손을 들이댄 것도 폭행”

폭행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유죄 인정해 벌금 100만 원 선고유예 확정 판결 기사입력:2011-03-30 14:57:59
[로이슈=신종철 기자] 언쟁을 하던 중 목을 조를 듯이 양손을 들어 피해자의 목을 향해 들이댄 행위는 비록 직접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았다고 해도 불법한 유형력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변호사의 처는 2009년 1월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교회에서 실신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에 A변호사는 이 교회 권사 H(66,여)씨의 딸인 K(교회 집사)씨가 멱살을 잡아 자신의 처를 실신시켰다는 이유로 항의했다.

그런데 H씨가 “우리 딸이 뭘 어쨌는데, 본인 스스로 쓰러졌다”라고 말하자, 흥분한 A변호사는 “당신 딸이 목을 이렇게 졸라 졸도했어요”라고 소리치면서 마치 목을 조를 듯이 양손을 들고 H씨의 목 부위를 향해 들이댔다.

이로 인해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1심인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 이우철 판사는 지난해 7월 유죄로 인정해 A변호사에게 벌금 100만 원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우철 판사는 “피고인의 직업이 변호사인 점, 범행이 경위와 정도 등에 비춰 피고인이 다시 범행을 저지르지 않으리라는 사정이 현저히 기대되는 점을 참작해 선고유예 판결한다”고 밝혔다.

‘선고유예’는 판사가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혐의가 비교적 가벼운 범죄인에게 형의 선고를 미루고, 일정기간 동안 아무런 범죄 없이 지나면 선고 자체를 없애 주는 제도.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먼저 “폭행죄의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로서, 비록 물리적인 힘이 피해자의 신체에 직접 접촉하지 않았더라도, 불쾌 내지 고통을 주는 성질의 것이라면 족하다”며 “따라서 피해자에게 근접해 때릴 듯이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는 직접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았다고 해도 피해자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남자인 피고인이 자신보다 신장이 20㎝ 정도나 작은 여자인 H씨를 상대로 흥분해 위와 같은 행위를 하고, 이로 인해 H씨가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섰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H씨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한 유형력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또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H씨의 딸이 피고인의 처를 폭행해 실신시킨 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처에 대한 폭행행위가 이미 종료된 마당에 폭행의 직접적인 피해자도 아닌 피고인이 가해자의 모친일 뿐인 H씨를 상대로 마치 목을 조를 듯이 양손을 목 부위를 향해 들이댄 것은, 긴급하고 불가피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A변호사는 “당시 H씨에게 목을 조르는 시늉을 한 것은 H씨의 딸이 처의 멱살을 잡아 실신시킨 것을 재현하기 위한 것으로 폭행이라 할 수 없고, 폭행의 고의가 없었으며, 피고인의 행위는 H씨의 피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음에도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서울서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인규 부장판사)도 지난해 12월 A변호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근접해 때릴 듯이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는 직접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았다고 해도 피해자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피고인이 언쟁을 하던 중 피해자의 목을 조를 듯이 양손을 들어 피해자의 목을 향해 들이댄 행위는 폭행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폭행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시 매우 흥분된 상태로 언쟁 중에 있었고, 더욱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조를 듯이 양손으로 피해자의 목을 향해 들이대자 주변에 있던 S씨가 피고인을 진정시키고자 ‘장로님’이라고 소리치자 피고인도 놀라 자신의 두 손을 황급히 거둬들인 점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는 단순히 피해자의 딸의 행동을 재연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없어 피고인에게 폭행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당행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K씨의 행동에 대한 항의에 대해 피해자가 딸의 행동을 부인했다고 해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조를 듯한 행동을 취한 것은 정당행위로 인정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및 보충성을 갖췄다고 할 수 없으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A변호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도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변호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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