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조총련으로부터 공작금과 지령을 받고 대한민국에 잠입해 간첩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9년 가까이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양준(72) 씨에게 28년 만에 무죄가 확정됐다.
일본을 오가며 장사를 하던 최씨는 일본에서 북한의 대남공작지도원인 조총련 최OO을 통해 공작금을 받고 그로부터 지령을 받아 국내에 잠입해 간첩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로 1982년 김해공항에서 체포돼 부산보안대와 서울 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 등에서 조사를 받은 뒤 이듬해 3월 유죄가 인정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았고 1991년 5월 가석방됐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2009년 4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최씨가 부산 보안대와 서울 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에서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고, 당시 수사관들은 잠 안 재우기, 전기고문, 구타 등 온갖 가혹행위를 해 사건이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최씨가 재심을 청구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9형사부(재판장 여상원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국가보안법위반(간첩 등)과 반공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창석 부장판사)도 지난해 4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최씨가 재심대상사건의 공판기일에 공소사실을 자백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최씨가 형사재판 절차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재판부에 용서를 구해야만 선처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자백한 것”이라며 “그 외 증거들만으로는 최씨가 공소사실과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국가보안법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8년6개월 동안 복역한 최씨에 대한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보안대 수사관들이 최씨를 영장 없이 연행해 불법구금하면서 수사한 점, 함께 조사받은 김OO씨도 ‘구타를 많이 당했고, 잠을 못 잤으며, 옆방에서 최씨의 비명소리가 들려 겁이 나서 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진술했다. 풀려날 때 여기서 있었던 일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썼다’고 진술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최씨는 불법구금 상태에서 자행된 온갖 고문에 의해 허위로 공소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수사기록 중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작성명의인은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관 이OO씨였는데, 이씨는 과거사위원회에서 ‘최씨 얼굴을 본 적도 없고, 자신의 서명과 도장을 날인한 것도 아니며, 당시 군부대가 민간인 수사권이 없기에 안기부 직원의 명의를 빌려 쓴 것 같다’고 진술한 점에 비춰 보면 보안대 수사관들이 최씨를 영장 없이 연행한 후 수사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안기부 수사관의 명의를 빌려 각종 수사서류를 작성했음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최씨는 보안대에 20일 간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와 회유로 인해 임의성 없는 자백을 했고, 그 후 검사의 피의자신문 단계에서도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돼 보안대에서의 자백과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그 임의성에 관한 의문점을 없앨 만한 검사의 입증이 없으므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된 최씨의 자백은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억울한 옥살이 최양준씨 28년 만에 간첩 누명 벗어
대법 “불법구금 상태서 자행된 온갖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 재심 무죄 기사입력:2011-03-28 16: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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