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아파트 당첨자 중 부적격자가 적발돼 예비당첨자에게 돌아가야 할 아파트 해약물량을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이 분양받았다면 뇌물수수죄로 처벌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기도 화성시의 주택 관련부서 공무원이었던 L(37)씨는 2006년 1월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아파트 1채를 분양받았다. 이 아파트는 기존 당첨자 중 부적격자가 발생해 해약된 물량으로 예비당첨자에게 공급돼야 했으나, 아파트 P시공사 간부 J(38)씨로부터 아파트 사업 업무처리에 관련한 편의 제공 명목으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L씨는 당시 J씨 회사의 아파트 사업계획승인과 입주자모집공고승인 등의 업무를 담당했고 J씨는 이 회사의 아파트 총괄팀장이었다. 결국 이런 사실이 적발됐고 검찰은 L씨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J씨에게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인 수원지법 형사7단독 고홍석 판사는 2008년 11월 화성시 공동주택담당 공무원 L씨에게 자격정지 2년을, J씨와 P시공사에게는 각각 벌금 1300만 원과 800만 원을 선고했다.
고홍석 판사는 “피고인 L씨는 공동주택 담당공무원으로서 여러 가지 면에서 이 사건 아파트를 공급받을 방법이 없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비록 L씨가 J씨와 원래부터 정해진 분양대금 그대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아파트를 공급받는 지위를 제공한 것 자체가 뇌물에 해당하고, 이는 아파트 사업 업무처리에 관한 피고인 L씨의 직무와 관련 있다”고 뇌물을 인정했다.
그러자 J씨는 “분양 당시 부적격물량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었고 해약물량은 임의분양 방식을 통해 해소하는 업계의 관행에 따른 것이었고, 또 L씨는 무주택자로 청약 1순위였으며 사적으로도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분양계약 체결 기회를 먼저 준 것일 뿐 아파트 분양과 L씨의 직무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수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경호 부장판사)는 2009년 7월 L씨와 J씨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유죄를 인정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J씨가 L씨에게 임의분양한 아파트는 예비당첨자가 존재해 L씨로서는 원칙적인 절차에 따랐을 경우 아파트를 공급받을 방법이 없었던 점, J씨와 L씨는 아파트 사업 업무를 담당하면서 알게 된 것으로 특수한 사적 친분관계가 있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J씨가 공무원 L씨에게 아파트를 공급받는 지위를 제공한 것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뇌물을 공여한 것이라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뇌물죄에서 뇌물의 내용인 이익이라 함은 금전, 물품 기타의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ㆍ무형의 이익을 포함한다고 해석되고, 투기적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며 뇌물수수와 뇌물공여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전수안 대법관)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L씨에게 자격정지 2년을,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J씨에게 벌금 1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2009도7230)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동종 업계에서 이 사건과 같은 부적격물량을 예비당첨자에게 공급하지 않고 임의분양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등의 사정만으로는 피고인 J씨의 행위가 죄가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것이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 J씨가 아파트 사업계획승인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인 L씨에게 아파트를 공급받는 지위를 제공한 것은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공여한 것이라고 판단한 원심은 옳고, 거기에 뇌물공여죄에서의 직무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 공무원에 아파트 분양자격 줘도 ‘뇌물’
시공사가 담당공무원과 해약아파트 분양계약 체결했으면 뇌물공여 기사입력:2011-03-27 23: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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