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위장폐업 후 부당해고…사업주 손해배상책임”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행위” 기사입력:2011-03-21 16:21:59
[로이슈=신종철 기자]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위장폐업하며 부당해고한 뒤 이름만 바꿔 새 회사를 차린 사용자에게 임금지급 책임은 물론 손해배상책임까지 지운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철제 울타리 제작 및 설치 업체를 운영했던 P(64)씨는 2003년 J(55)씨 등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한 뒤, 초과근무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과 급료인상 등 단체협약체결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했다.

이후 5차례에 걸쳐 진행된 단체교섭에서 별다른 합의를 이루지 못한데다 P씨가 2003년 5월 대표이사를 자신의 동서로 교체하자 노조는 단체교섭에 성의가 없다고 판단해 파업에 들어갔다.

그러자 회사 측은 2003년 12월 31일까지 직장폐쇄조치로 맞섰고, 노조는 업무에 복귀할 의사로 직장폐쇄 철회를 요청했으나 회사는 이를 무시했다.

결국 노조는 연장근로수당 등 임금 체불에 대해 P씨를 근로기준법위반으로 고소하고, 체불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P씨는 근로기준법 위반 형사사건에서 일부 임금체불이 인정돼 체불임금 전액을 지급한 다음 기소유예처분을 받았으며, 체불임금 소송에서도 노조에게 패소했다.

그럼에도 회장 직함을 갖고 있던 P씨는 2004년 1월 회사를 폐업신고하고, 전 직원을 퇴직 처리했으며, 또 이름만 바꿔 새 회사를 설립했다. 이와 관련, P씨는 부당해고로 기소돼 2008년 2월 벌금 300만 원이 확정되기도 했다.

이에 A씨 등 해직 근로자들은 “P씨가 위장폐업한 후 동일한 회사를 설립해 원고들을 배체한 채 나머지 직원들을 고용해 영업하고 있으므로 무당해고 한 것이며, 직장폐쇄기간부터 복직할 때까지 발생하는 손해배상금과 계속 근무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인 부산지법 제7민사부(재판장 김문관 부장판사)는 2009년 6월 J씨 등 해직 근로자 7명이 P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고, 항소심인 부산고법 제1민사부(재판장 윤성근 부장판사)도 작년 1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위장폐업에 따른 부당해고는 그 효력이 부정돼 원고들과 회사 사이에 여전히 근로관계가 존속되고 있기 때문에 원고들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인 회사에 대해 부당해고기간 중의 임금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임금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회사의 위장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 J씨 등 4명이 실질적 사주 P(64)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2010다13282)

재판부는 “사용자가 근로자들에게 어떠한 해고사유도 존재하지 않음에도 노동조합 활동을 혐오한 나머지, 경영상 어려움 등 명목상 이유를 내세워 사업 자체를 폐지하고 근로자들을 해고함으로써 일거에 노조를 와해시키고 조합원 전원을 사업장에서 몰아내고는 다시 신설회사 설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종전 회사와 다를 바 없는 회사를 통해 여전히 예전의 기업 활동을 하는 것은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며 “이런 위장폐업에 의한 부당해고는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불법행위로 평가된 위장폐업에 의한 부당해고의 경우 신설회사에 계속 근무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임금의 지급을 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아울러 위장폐업에 의한 부당해고가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그 중 어느 쪽의 청구권이라도 근로자들이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해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원심 판결에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위장폐업에 따른 부당해고의 손해배상책임의 요건 및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낸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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