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신혼부부의 혼인관계가 5개월 만에 파탄 났다면 혼인파탄의 책임이 큰 배우자는 자신이 받은 예단이나 예물은 돌려줘야 하는 반면, 자신이 건넨 예단이나 예물은 되돌려받지 못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사건은 작년 12월16일 서울가정법원에서 난 판결인데, 자세히 들여다봤다. A(30,여)씨와 B(31)씨는 2009년 9월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혼인신고를 마쳤다.
양가 부모는 모두 상당한 재력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혼인 과정에서 A씨의 부모는 B씨의 부모에게 예단비로 10억 원을 보냈고, B씨의 부모는 A씨의 부모에게 봉채비(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보내는 예물비용)로 2억 원을 보냈다.
B씨와 그의 모친은 서울에 있는 한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구해 두 사람 명의로 공동취득했고, 이 과정에서 A씨는 아파트 인테리어 비용으로 4000만 원을 보탰다. B씨의 모친은 혼인 직후 답례로 며느리 A씨에게 6070만 원 상당의 스포츠클럽 회원권을 구입해줬다.
그러나 A씨와 B씨는 금전문제로 자주 다투게 됐다. 기본적으로 B씨는 A씨가 예단비로 거액(10억)을 줬다는 점 때문에 과소비를 하려 한다고 여기면서도, 어쨌든 자신이 거액을 예단비로 받아 과소비를 지적할 수 없는 미묘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었다.
싸움의 시작은 혼례 전 ‘함들이’ 때부터 생겼다. 당시 B씨는 장인으로부터 함값으로 500만 원을 받았는데, A씨가 “그 중 일부를 함들이에 참석한 여동생과 사촌 남동생에게 용돈으로 주자”고 하자, B씨가 “지나치다”며 다툼이 일어났다.
신혼여행 기간 중에는 A씨의 할머니 선물 가격 문제로 다퉜고, 2009년 10월에는 B씨의 생일선물 가격 문제로, 11월에는 A씨의 여동생 생일선물 가격 문제로 부부싸움을 했다. 비싼 것을 사자는 A씨와 낮은 가격으로 사자는 충돌이었다.
지난해 1월에는 이들 부부가 A씨 할머니 댁을 방문했다가 세뱃돈으로 160만 원을 받았는데, A씨가 “그 돈으로 할머니에게 용돈 50만 원을 드리고, 남동생에게 생일선물로 50만 원을 주자”고 말해 부부싸움이 벌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B씨는 처음으로 “이혼하자”는 말을 꺼냈다.
종교문제도 갈등이 됐다. A씨 집안은 기독교를 믿고, B씨 집안은 불교를 믿었는데, 결혼 후 A씨의 모친과 할머니가 B씨를 상대로 선교활동을 하고, 2009년 A씨 가족들의 추석 예배에서 B씨에게 기독교 기도문을 선창하고 찬송가를 부르게 하자, B씨는 “A씨 가족이 종교문제에 있어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여겨 불만을 갖게 됐다.
이뿐만 아니다. B씨는 금전문제나 아내의 쌍꺼풀 재수술 문제로 부부싸움을 할 때 “유치원생 수준의 사고력을 갖고 있고, 균형 잡힌 종합적 사고력의 부족으로 억지를 부린다”며 아내에게 많은 불만을 갖게 됐다.
이에 B씨는 2009년 11월 처가를 방문해 장인과 대화를 하면서 ‘아내에게 쌍꺼풀을 재수술하라는 문제’를 비롯해 성격차이, 종교차이, 지적수준 차이, 예단비 문제 등으로 인해 아내에게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다가 지난해 2월 B씨는 출근한 뒤 A씨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쌍꺼풀 재주술을 재촉했는데, A씨가 계속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자 결국 “이혼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그날 귀가해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본가로 들어갔다.
A씨도 큰 충격을 받아 다음날 친정으로 들어갔고, 장인이 B씨를 불러 대화를 시도했으나 B씨는 이혼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며칠 뒤 B씨는 신혼집에서 자신의 짐을 챙겨 이사를 했다.
이들 부부는 이혼하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예단비 반환 등 금전적인 부분에 대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자 A씨가 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제4부(재판장 정승원 부장판사)는 A(30,여)씨가 남편 B(31)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부부는 이혼하고,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3000만 원과 피해 원상회복비 8억4000만 원을 지급(총 8억7000만원)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먼저 혼인파탄의 책임과 관련, 재판부는 “금전 문제나 성형수술 문제로 인해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피고는 자신만의 독단적인 생각으로 사안을 왜곡해 재단하고 불필요한 불만을 키우며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해 억지를 부림으로써 갈등을 오히려 심화시켜 왔고, 원고를 배우자로서 존중하거나 상호간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슬기롭게 갈등을 해소하고 혼인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은 현저히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피고는 금전 문제나 성형수술 문제에서 원고가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는 일방적인 불만에서 비롯된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한 채, 독단적으로 원고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집을 나간 뒤 여러 차례에 걸쳐 이혼의사를 명백히 밝힘으로써 혼인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했으니,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피고에게 있음은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는 원고의 가족이 종교문제에서 부당하게 대우했다고 주장하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점은 혼인관계 파탄에 있어 매우 사소하고 부수적인 계기에 불과하므로, 피고의 잘못과 견주어 보면 여전히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은 피고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예단비와 관련, 재판부는 “혼인 예물이나 예단은 혼인의 성립을 증명하고 혼인이 성립한 경우 당사자 내지 양가의 정리를 두텁게 할 목적으로 서로 주고받는 것”이라며 “혼인이 단기간 내에 파탄된 경우 혼인 예물이나 예단은 그 제공자에게 반환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법률혼이 성립한 때로부터 5개월 만에 파탄에 이르게 됐는데, 이는 사회통념에 비춰 혼인관계가 단기간 내에 파탄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혼인관계 파탄의 유책배우자가 아니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예단비 10억 원 중 반환을 구하는 8억 원과 인테리어비 4000만원의 합계 8억4000만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반면 재판부는 “혼인관계 파탄에 과실이 있는 유책자에게 그가 제공한 혼인 예물이나 예단은 적극적으로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며 B씨가 결혼 직후 자신의 부모가 A씨에게 사준 6070만 원 상당의 스포츠클럽 회원권을 돌려달라는 청구를 기각했다.
혼인 5개월 만에 파경…법원 “예단비 돌려줘야”
서울가정법원 “유책배우자는 예단비 반환 의무, 자신이 돌려받지 못한다” 기사입력:2011-03-14 15: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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