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분열된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 반대파 교인들이 채워놓은 출입문 자물쇠를 부수고 지하성전에 들어간 행위는 예배라는 법익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정당방위로 재물손괴죄와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한 교회에서 2006년 교회 담임목사이던 C씨가 사임하고 K씨가 뒤를 이어 담임목사로 취임하는 과정에서 교인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는데, 이후 L(49)씨를 포함해 C목사를 추종하는 교인들과 K목사를 추종하는 교인들이 서로 대립한 채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던 중 2006년 10월 L씨는 K목사를 추종하는 교인들이 관리하던 교회 방송실에서 자신이 추종하는 C목사의 설교를 녹화해 그곳에 보관해 온 비디오테이프를 가지고 나와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L씨는 2008년 2월 3일 교회 1층 본당 앞에서 K목사가 교인 130명을 상대로 주일 예배를 개최하고 있는데 K(여)씨가 “다음 주부터 C목사님 모시고 지하성전에서 예배드립니다”라는 등 고함을 지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면서 “회개하라, 독사의 자식들아”라고 고함을 질러 예배를 방해한 혐의도 받았다.
한편 이 교회는 C목사를 추종하는 교인들과 K목사를 추종하는 교인들로 분열된 이후 C목사를 추종하는 교인들은 교회 지하성전에서 매주 수ㆍ목 2회 예배를 개최해 왔는데, C목사를 추종하는 교인들이 2008년 2월10일부터 지하성전에서 주일 예배를 드리려고 하자, K목사를 추종하는 교인들이 예배를 보지 못하도록 지하성전으로 통하는 출입문에 자물쇠를 설치했다.
이에 L씨는 교회 지하성전으로 통하는 나무문의 자물쇠를 부수고, 지하성전 안으로 들어가 교회 신도들이 관리하는 건조물에 침입한 혐의와 재물손괴 혐의도 함께 받았다.
1심인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제갈창 판사는 L씨에게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절도와 예배방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인으로서 교회의 재산을 사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고, 따라서 지하성전은 피고인에 대해 묵시적으로 출입이 승낙돼 있는 장소이므로, 지하성전에 들어간 행위는 원칙적으로 건조물침입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자물쇠를 부순 것도, 피고인이 당시 그곳에 모인 C목사를 추종하는 다른 교인들과 함께 예정된 시각에 예배를 드리기 위해 자물쇠를 제거한 것으로 이는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신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것으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져간 비디오테이프는 교회 소속 교인 전체의 총유에 속하는 것으로서, 교인들 전원의 총의에 따라 귀속을 정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그 재산에 대한 다른 교파 교인의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교파만의 지배에 옮긴다는 인식 아래 가지고 갔다면 절도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고함을 지르는 K(여)씨의 행위를 촬영함으로써 K목사 측 교인들이 그녀의 행위를 막는 것을 저지하는 방법으로 K씨의 행위에 가담함으로써 K목사가 주최한 예배를 방해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인 서울서부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배기열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1심 판결을 유지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히 재물손괴와 주거침입과 관련 “지하성전 출입을 위한 자물쇠 해체작업도 피고인 측이 선임한 변호사의 사무실 직원과 경찰관이 입회한 가운데 대체로 평온하게 이루어졌던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지하성전에 들어가기 위해 자물쇠를 손괴한 것은 교회 일부를 사용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법익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행위로 정당방위에 해당하고,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교회시설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L(49)씨에 대한 상고심(2010도13849)에서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절도와 예배방해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교회의 교인으로서 교회재산을 사용할 수 있는 적법한 지위에 있으므로 K목사와 그를 따르는 교인들이 임의로 설치해 놓은 자물쇠를 제거하고 지하성전에 들어간 행위는 건조물침입죄를 구성하지 않으며, 재물손괴의 위법성을 조각하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절도 및 예배방해의 점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고,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 “예배 위해 자물쇠 부수고 들어간 건 정당방위”
반대파 교인들이 채운 자물쇠 부순 교인, 재물손괴와 주거침입 혐의 무죄 기사입력:2011-03-09 16:5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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