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친 충격에 숨진 기관사…법원 “업무상재해”

“고라니 충격사고의 급격한 스트레스가 기존질환에 겹쳐 뇌경색 유발” 기사입력:2011-02-28 10:48:08
[로이슈=신종철 기자] 기관사가 열차를 운행하다가 고라니를 치어 죽인 충격으로 뇌경색을 일으켜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이 ‘업무상재해’를 인정해 유족급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기관사인 K(당시 57)씨는 2007년 12월 16일 밤 12시 동대구역을 출발해 가야역으로 향하는 화물열차를 운전해 가던 중 선로에 서 있는 짐승으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하고 제동장치를 조작했으나 급정차하지 못하고 열차로 치었다.

열차에 부딪힌 것은 고라니였는데, 당시 K씨는 사람을 충격한 것으로 착각해 놀란 마음에 손을 떨고 식은땀을 흘렸다. 이에 함께 동승했던 부기관사가 대신 화물열차를 운전했는데, K씨는 가야역에 도착한 후에도 계속 식은땀을 흘리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며 구토 증세를 보였다.

K씨는 이날 새벽 2시에 귀가해 아내에게 구역질이 난다고 호소했고, 아침에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계속 누워 있었다. 이에 아내가 병원에 가자고했으나, 대기업무 때문에 다음날로 미뤘다.

저녁 무렵에 출근한 K씨는 계속 머리가 아프다고 동료에게 호소하다 결국 휴게실에서 쓰러진 뒤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의식이 혼미해지는 증세를 보였다. 이에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중환자실에 입원했으나 증세가 악화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날 뇌경식 등으로 숨지고 말았다.

이에 K씨의 아내가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09년 2월 “망인에게 기존질환으로 고혈압이 있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망인의 사망과 업무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K씨의 아내는 “오랫동안 기관사로 근무해 오면서 교번근무제로 인한 불규칙한 근무시간 및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인해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됐고, 이런 과로와 스트레스가 망인에게 뇌경색을 유발했거나 고혈압 등 기존질환에 겹쳐 사망에 이르게 했으므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며 주장했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이진만 부장판사)는 K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2009구합44430)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망인은 열차 기관사로서 장기간에 걸쳐 교번근무제에 따라 불규칙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당한 육체적 과로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고혈압 등 기존질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특히 고라니 충격사고로 망인이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이고, 고라니 충격사고 순간 놀람과 흥분으로 인해 망인의 혈압이 급격히 상승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런 급격한 혈압 상승은 뇌경색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망인은 고라니 충격사고 직후 두통과 구토 증세를 보였고 뇌 MRI 검사상 급성 뇌경색 병변의 소견도 관찰된 점, 만성적인 과로와 스트레스는 뇌경색 등 뇌혈관계 질환의 유발요인이 될 수 있고, 특히 고혈압 등 뇌졸중의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런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의 항진을 초래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한 뇌경색의 발병을 촉발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을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망인이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증세를 보이고 있었지만 이 사건 재해 무렵 다른 요인 없이 독자적으로 뇌경색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만성적인 과로 및 스트레스 상황과 고라니 충격사고로 초래된 급격한 스트레스가 망인의 기존질환에 겹쳐 망인에게 뇌경색을 유발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업무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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