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 ‘직급상 과장’도 공무원…뇌물죄 처벌

대법 “4급 과장 직위는 간부직원에 해당…형법상 뇌물수수죄 주체” 기사입력:2011-01-24 17:11:42
[로이슈=신종철 기자] 지방공기업 직원으로서 독립된 ‘과’의 책임자가 아닌 ‘직급상 과장’도 공무원으로 간주해 형법상 뇌물수수죄의 주체가 될 수 있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52)씨는 인천도시개발공사 주택사업처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S전자 직원으로부터 공사가 발주하는 공동주택에 S전자 제품이 선정될 수 있도록 편의를 봐 달라는 부탁과 함께 2005년 10월부터 2007년 11월까지 모두 9회에 걸쳐 해외 관광 및 골프 접대 등 명목으로 1900만 원 상당의 향응 등을 제공받았다.

Y(46)씨는 인천도시개발공사 주택사업처 과장(4급) 등으로 근무하면서 설비업체 대표로부터 공사가 발주하는 신축 건물에 납품 및 관련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2006년 3월부터 2008년 6월까지 9회에 걸쳐 해외 관광 및 골프 접대 등 명목으로 2161만원 상당의 향응 등을 제공받았다. Y씨는 2008년 2월 3급 부장으로 승진한 이후에도 향응을 받았다.

결국 이들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인 인천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동근 부장판사)는 2009년 8월 A씨와 Y씨에게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에 기재된 기간 동안 지방공기업법상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직원’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방공기업법 제83조는 ‘공사와 공단의 임원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원은 형법 적용에 있어서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법 시행령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직원’은 ‘공사와 공단의 정관상 과장 또는 팀장 이상의 직원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인천도시개발공사 정관 등 직제규정 등에 의하면 공소사실에 기재된 기간 동안 공사 정관상의 최하부 조직은 ‘팀’이고 ‘과’라는 조직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피고인들은 위 기간 동안 인사기록카드에 ‘과장’으로 기재돼 있으나 팀장 이상의 직책에서 근무한 사실이 없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비춰 볼 때 피고인들이 단순히 ‘4급’에 해당하는 관계로 ‘과장’이라고 기재돼 있는 사실만으로 ‘공무원에 의제되는 직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창석 부장판사)는 2009년 12월 “공사의 3급은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공사의 정관상 과장 또는 팀장 이상의 직원’에 해당한다”며 Y씨가 3급인 부장으로 승진한 2008년 2월 이후 받은 향응 등에 대해서만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Y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과 추징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건축공사 관련업체로부터 해외여행 등 향응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기소된 인천도시개발공사 직원 A씨와 Y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2009도14660)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지방공기업법과 시행령 등이 뇌물죄를 적용하면서 공무원으로 보는 ‘공사와 공단의 정관상 과장 또는 팀장 이상의 직원’은 직급을 기준으로 해 과장 또는 팀장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직원을 말하는 것으로 현실적으로 과장이나 팀장의 직위를 가지고 있는지 여부는 문제 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직제상 최말단 조직은 ‘팀’이고 ‘과’라는 조직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과장’이라는 직위 역시 독립된 ‘과’의 책임자가 아니라 ‘팀’에 속한 4급 직원을 의미하는 형식적인 명칭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정관의 위임을 받은 인사규정에 따라 과장은 4급 직원들로 임용되는 직위로서 엄연히 존재하므로, 피고인들이 공사의 4급 직원으로서 과장 직위를 가지고 근무하고 있었던 이상 피고인들은 지방공기업법 시행령상의 간부직원에 해당해 지방공기업법에 의해 형법에서 정한 뇌물수수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설령 공사의 직제상 ‘과’라는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뇌물수수죄의 성립에 장애가 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인들이 공사의 4급 직원으로 근무하던 기간에는 공무원으로 의제되는 ‘정관상 과장 또는 팀장 이상의 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지방공기업법에 따라 뇌물수수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직원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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