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음주측정을 위한 ‘채혈’의 경우 대상자의 동의가 없다면 나중에라도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지, 대상자의 동의도 없고 영장도 없다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이므로 유죄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H(59)씨는 지난해 4월 22일 새벽 1시 25분쯤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도로변에 주차돼 있던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H씨는 의식을 잃고 인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고, 병원에 온 경찰관은 H씨의 처로부터 채혈 동의를 받지 못하자 딸에게서 동의를 받아 H씨의 혈액을 채취했다. 하지만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사전 또는 사후에 혈액을 채취하기 위한 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채취한 H씨의 혈액을 감정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230%로 측정됐다.
이에 검찰은 H씨를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했고, 1심인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H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H씨는 “증거로 채택한 채혈 감정의뢰회보는 수사기관이 자신의 동의를 받거나, 법관의 영장을 발부받지도 않은 채 딸의 동의만 받아 혈액을 채혈한 후 감정한 것으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로 쓸 수 없다”며 항소했다.
수원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우룡 부장판사)는 최근 H씨의 항소(2010노5279)를 받아들여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채혈은 그 과정에서 대상자의 신체의 자유를 일정 시간 제한하게 되고, 대상자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를 수반할 뿐만 아니라 채취된 혈액에 대한 검사를 통해 대상자의 유전자 정보나 특정 질병에의 감염여부 등 보호돼야 하는 개인정보가 드러날 수 있으므로 채혈은 대상자의 동의가 없는 한 헌법 및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수사기관의 위법한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은 이를 통해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2007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선고(2007도3061)한 판결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혈액에 존재하는 알코올 성분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신진대사로 인해 희석되므로 사전에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채혈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수사기관은 피고인의 혈액 채취를 위한 사후 영장을 쉽게 발부받을 수는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의 처가 피고인의 혈액 채취에 동의해 달라는 경찰관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면, 피고인의 딸이 혈액 채취에 동의했다고 하여 이를 피고인의 보호자가 동의한 경우로 보기도 어렵다”며 “이러 채혈로 얻은 혈액 감정의뢰회보는 적법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로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본인 동의도 영장도 없는 ‘채혈’…유죄 증거 안 돼
1심, 벌금 300만원 선고…항소심 “음주운전 혐의 무죄” 기사입력:2011-01-21 17: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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