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 가능성 희박한 ‘합병증’도 의사에겐 설명의무

서울서부지법 “세브란스병원, 연명치료 김 할머니 유족에 손해배상” 기사입력:2011-01-14 15:28:04
[로이슈=신종철 기자] 의사는 시술에 앞서 환자에게 일반적인 합병증뿐만 아니라 발생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합병증이라도 설명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희박한 합병증이라는 이유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환자가 치료를 받을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병원에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법원이 의사의 설명의무를 또 한 번 강조한 것.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이종언 부장판사)는 3일 인공호흡기에 의한 ‘연명치료’를 거부한 고(故) 김OO 할머니의 유족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9가합9133)에서 병원이 유족 4명에게 위자료 총 4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김 할머니는 2008년 2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폐암 여부를 확인하는 조직검사를 받다 혈관이 터져 과다 출혈에 따른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고, 이후 16개월 동안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항생제 투여ㆍ인공영양 공급ㆍ수액 공급 등의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자녀들은 “인공호흡기로 수명을 연장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 평소 어머니의 뜻”이라며 의료진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것으로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09년 5월 식물인간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하는 사상 첫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병원은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냈으나, 김 할머니는 의료진의 예상을 깨고 스스로 호흡하며 201일간 생존하다 지난해 1월10일 숨졌다.

한편, 자녀들은 김 할머니가 기관지내시경검사에 과실이 있고, 위 검사의 합병증에 관해 설명의무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1억 4000여만 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의료행위 전 설명의무를 이행할 주체는 의사이고, 간호사가 대신할 수는 없으며, 설명할 상대방은 환자 본인이라는 점에 비춰 볼 때 당시 할머니가 신체적ㆍ정신적으로 의사의 설명을 듣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거나, 할머니의 가족이 의사로부터 들은 설명을 그대로 할머니에게 전달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의사가 할머니의 딸에게 기관지내시경검사의 합병증에 관해 설명하고, 할머니가 간호사로부터 위 검사의 합병증에 관해 기재된 기관지내시경검사 안내문과 신청서를 교부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의사가 기관지내시경검사 전 본인에게 검사의 합병증에 관해 발생가능성이 희박한 사망의 경우까지 충실하게 설명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오히려 의사가 당시 기관지내시경검사의 합병증 중 주로 발생하는 출혈, 천공에 관해서는 설명했지만, 출혈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은 그 발생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설명하지 않았다는 피고의 주장 자체로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는 할머니에게 기관지내시경검사의 합병증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위 검사 여부를 선택할 할머니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으므로, 피고는 할머니에게 이로 말미암은 정신적 손해에 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의사의 설명의무는 그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면제될 수 없으며, 그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당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대상이 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병원의 잘못된 시술로 뇌손상이 일어났다는 유족 측 주장에 대해서는 “다발성 골수종 때문에 대량 출혈이 생겼을 개연성이 인정되고 의료진이 치료 과정에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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