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문자’로 정보이용료 챙긴 업자 ‘사기’ 무죄 확정

대법 “문자대화 상대방이 컴퓨터라는 사실 안 알렸어도 사기 아냐” 기사입력:2011-01-06 11:58:19
[로이슈=신종철 기자]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 보낸 것처럼 유도문자 메시지를 보내 답신을 보내온 청소년들로부터 1건당 정보이용료 200원씩 총 8900만 원을 챙겨 ‘사기’ 혐의로 기소됐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대표가 대법원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R사 대표인 L(42)씨는 2005년부터 ‘200번 문자 서비스’를 통해 ‘심심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200-0332번으로 문자를 보내면 L씨가 운영하는 ‘심심이’ 프로그램이 수신된 문자의 내용에 따라 특정 문구를 자동으로 회신해 주고 문자를 보낸 이용자에게는 문자 1건당 200원을 부담지우는 서비스다.

때문에 L씨는 이 서비스가 유료서비스라는 것과 문자대화 상대방은 사람이 아니라 미리 프로그램 돼 있는 컴퓨터라는 사실을 고지해야 함에도 2006년 11월~2007년 1월 사이 6회에 걸쳐 13~15세의 불특정 이동통신가입자를 대상으로 유료서비스임을 숨긴 채 ‘심심인 바로 문자 보낼 수 있다! 답분 보내봐’라는 내용의 유도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이를 받은 미성년자들은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거나 실제 사람이 문자대화를 요청하는 무료서비스인 것으로 알고 무려 44만6010통의 문자를 보냈고, 결국 L씨는 1건당 200원씩 총 8920만 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노진영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L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벌금 1500만 원을 선고했다.

노 판사는 판결문에서 “시비변별능력이 부족한 어린 가입자들의 부주의함을 이용해 이익을 취득했고, 피해자 개개인의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으나 전체적으로 봐 피고인의 이득액이 대단히 크고, 청소년들에게 사회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행위여서 이를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에게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이 뉘우치고 범행으로 인해 회사가 취득한 이익을 사회단체에 기부함으로써 불법적인 이득을 대부분 사회에 환원한 점, 민원이 제기되자 바로 서비스를 중단한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자 L씨는 “심심이 서비스는 버스좌석 시트광고, 웹사이트 배너광고에서 유료이며,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컴퓨터와 대화하는 것임을 충분히 고지했으므로 기망의 고의가 없었다”며 항소했고, 서울중앙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이창형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L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문자광고 대상이 13~15세의 어린 청소년들이지만 이들이 심심이 서비스의 문자대화 상대방이 미리 프로그램 돼 있는 컴퓨터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피고인에게 위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피고인이 위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버스좌석 시트광고와 배너광고를 통해 심심이 서비스의 문자대화 상대방은 미리 프로그램 돼 있는 컴퓨터라는 사실을 알렸고, 여기에 문자광고가 극히 제한된 용량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루어지는 점을 참작해 보면, 문자광고에 심심이 서비스의 문자대화 상대방이 컴퓨터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만을 들어 기망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휴대전화 문자대화 상대방이 컴퓨터라는 사실 등을 알리지 않고 정보이용료를 챙겨 사기 혐의로 기소된 L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2010도9884)

재판부는 “법리와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심의 무죄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고지의무위반과 사기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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