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범에 위조수표 건넨 행위만으론 처벌 못해

위조유가증권행사죄, 1심 무죄→항소심 유죄→대법원 무죄 기사입력:2011-01-05 16:17:42
[로이슈=신종철 기자] 위조한 수표를 공범에게 건넨 행위는 아직 위조수표가 범죄자들의 수중에 있어 범죄 실행의 전 단계에 불과하므로 ‘위조유가증권행사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회사원 N(34)씨는 위조수표를 만들어 K(28)씨에게 1500만 원을 빌려주는 것처럼 속여 K씨의 애인이 보증을 서도록 해 돈을 뜯어내기로 K씨와 모의했다.

이에 N씨는 2009년 11월 컬러복사기를 이용해 10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14장을 위조한 뒤 이를 10만원권 수표 10장과 함께 봉투에 담아 K씨의 애인 앞에서 K씨에게 건네주며 차용증을 받았고, K씨의 애인은 보증인 서명을 했다.

N씨의 범행이 발각된 건 K씨가 죄책감에 범행을 포기하고 자수했기 때문이다. 결국 N씨는 위조유가증권행사, 부정수표단속법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정한익 판사는 위조유가증권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수표를 위조해 부정수표단속법 위반과 필로폰을 거래해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해 N씨에게 징역 1년6월 및 벌금 500만 원, 추징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검사는 “피고인 N씨가 위조수표를 유통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K씨에게 교부한 행위는 위조유가증권행사죄에 해당한다”며 항소했고, 서울중앙지법 제8형사부(재판장 성지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위조유가증권행사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K씨와 공모해 K씨의 애인이 보는 앞에서 위조된 100만원권 수표 14장 등을 건네줌으로써 1500만 원을 빌려주는 것처럼 가장하고, 나아가 K씨의 애인에게 차용금채무 보증을 하게 했는데, 이런 피고인의 행위는 위조된 수표를 마치 진정하게 작성된 것처럼 K씨의 애인에게 제시한 것으로서 위조유가증권행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N씨의 위조유가증권행사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2010도12533)

재판부는 다만 부정수표단속법 위반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원심과 같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표 위조를 함께 모의한 공범에게 가짜 수표를 건넨 것은 위조수표가 아직 범죄자들의 수중에 있다는 것이어서 범죄를 실행하기 전 단계에 불과하다”며 “N씨가 위조수표가 든 봉투를 공범의 애인 앞에서 공범에게 건넨 것만으로 위조수표를 행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원심이 피고인의 위조유가증권행사의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 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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