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파업을 진압하기 위해 농성장에 들어온 경찰관들이 바닥에 뿌려져있던 윤활유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철판조각에 찔려 다쳤더라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조원들이 윤활유와 철판조각을 진입하려는 경찰관들의 면전에서 공무집행을 방해할 의도로 뿌린 것이 아니라, 진입 전에 미리 뿌려 놓은 것에 불과하다면 공무집행방해의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다시 말해 농성 진압에 대비해 미리 설치해둔 장애물에 경찰이 다쳤다하더라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의 옥쇄총파업투쟁에 가담해 폭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금속노조 간부 김OO(47)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공소사실 중 일부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를 무죄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2010도7412)
재판부는 “공소사실 가운데 피고인 등이 공장 바닥에 미리 뿌려놓은 윤활유에 경찰관들이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철판조각에 찔려 다쳤다는 것인데, 단순히 경찰이 공장에 진입할 경우에 대비해 경찰이 없을 때 윤활유 등을 미리 뿌려놓은 것에 불과하다면 공무집행방해의 ‘폭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미리 바닥에 뿌려둔 윤활유에 경찰관들이 스스로 넘어져 다친 것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를 오해했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김씨가 파업 중 다른 폭행이나 상해 등에 관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비록 노조원들의 폭행, 상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범죄행위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모의하거나 직접 분담해 실행한 바가 없더라도 암묵적 공모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고 봐 공동정범으로 처벌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간부인 김OO씨는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의 옥쇄총파업투쟁을 적극 지원하면서, 노조원들과 함께 본관에 진입하려는 사측 직원들을 폭행하고 화염병을 투척해 다치게 하는 등 공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 1심 “국가공권력에 대항해 폭력행위를 저지른 것은 용납 안 돼”
1심인 수원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최재혁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업무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국가기반산업시설일 뿐만 아니라 인화성 위험물질을 다량 보유하고 있어 자칫 대형참사의 위험성마저 도사리고 있는 자동차공장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줄 수 있는 쇠파이프, 볼트발사용 새총, 화염병 등으로 무장한 채 국가공권력에 대항해 폭력행위를 저지른 것은 국가 법질의 근본을 유린하는 행동으로 법치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이 쌍용자동차 파업사태는 ‘정리해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한다는 명목 하에 쌍용자동차 평택공장과 창원공장에서 29회에 걸쳐 부분파업을 계속하다가 그 후 무려 77일간이나 공장을 불법적으로 점거해 회사의 업무를 완전히 마비시키는 이 사건 파업을 감행하기까지 하여 쌍용자동차를 사실상 파산 직전의 상태로까지 몰고 갔다”고 지적했다.
또 “그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회사가 엄청난 규모의 인적ㆍ물적 피해를 입게 되었음은 물론, 관련 협력업체 종사자들 및 인근 지역주민 역시 엄청난 정신적ㆍ경제적인 피해를 입게 됐음을 고려하면, 파업 관련자들에게는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생존권을 박탈당하게 된 당사자가 아닌 피고인과 같은 외부세력이 개입함으로써 파업사태가 더욱 장기화되고 극렬해지게 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민주노총의 투쟁노선에 따라 쌍용자동차 지부장 및 집행부 임원 등을 배후에서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 항소심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파업투쟁이 더 극렬화 돼”
그러자 김씨는 “쌍용자동차 파업 기간 동안 평택 공장 안에 머무른 것은 사실이나 파업참가들의 배후를 조정한 사실이 없고, 파업참가자들과 공동으로 경찰과 회사직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창석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무려 77일간이나 불법 점거해 회사의 업무를 완전히 마비시키고, 그로 인해 쌍용자동차를 사실상 파산 직전의 상태로까지 몰고 갔으며, 그 과정에서 도저히 정당화될 수 없는 과격한 수단을 통해 상해, 폭행,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각종 폭력행위까지 저지른 것은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한 행위로서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쌍용자동차 노조의 요청에 따라 파업에 가담하게 된 것이고, 폭력행위를 지시하거나 폭력행위에 직접 가담한 것은 아니라고 하나, 쌍용자동차 노조지부장 등 파업주도세력을 지원하며 노조의 의사결정에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하면서 파업투쟁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공권력 투입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대비하는 등 파업투쟁과 폭력행위에 있어서 상당한 역할을 담당한 점, 피고인과 같은 외부세력의 개입으로 파업투쟁이 더욱 장기화ㆍ극렬화된 점 등을 종합하면 1심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진압 대비용 장애물에 경찰 부상…대법 “처벌 못해”
미리 뿌려놓은 기름에 미끄러져 경찰 부상…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무죄 기사입력:2011-01-05 1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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