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말 안 통해’ 경찰 밀친 언어청각장애인 무죄

공무집행방해 혐의…인권위 “수화통역사 제공 안 한 것은 인권침해” 기사입력:2011-01-04 15:41:30
[로이슈=신종철 기자] 불심검문을 하는 경찰관에게 수화와 몸짓 등으로 의사표시를 했으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실랑이 과정에서 경찰관을 밀어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언어청각장애인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검찰은 언어청각장애인 K(50)씨가 지난해 10월 9일 경기도 부천시 심곡본동에서 경찰관 2명이 일행인 다른 언어청각장애인에게 ‘지명수배 사실을 확인한다’며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자, L순경을 양손으로 1회 밀어 폭행하고, K경장의 가슴을 1회 때려 폭행한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K씨는 “일행이 언어청각장애인기 때문에 글을 쓰든지 수화 통역사가 있어야 대화가 된다고 수화와 몸짓 등으로 의사표시를 했으나, 경찰관들이 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계속 말로 설명하며 연행하려 해 잠시 기다려보라는 뜻으로 경찰의 가슴을 손으로 막았을 뿐이며, 더욱이 이는 폭행으로 평가될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K씨의 변호인도 “K씨가 상황 설명을 위해 경찰관의 어깨를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경찰관이 수화통역을 대동하는 등 상황 파악을 위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체포한 것으로 위법한 공무집행”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 1심, 공무집행방해 혐의 유죄 인정해 벌금 100만 원

1심인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지난해 6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K씨에게 “피고인이 검문행위를 하려는 경찰관의 가슴을 밀치고 계속해 주먹을 휘두른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며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농아자에 대한 현행범 체포 절차는 일반인에 대한 현행범 체포보다 좀 더 신중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구체적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방법으로 범죄사실이나 체포의 사유 등에 대해 고지하면 되는 것이지 수화통역인을 대동할 것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 항소심, 농아자 고려 없이 계속 신분증 제시 요구하며 압박

하지만 항소심인 인천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윤종수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K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피고인과 일행이 당시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비정상적인 소리를 내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농아자 기타 의사표현에 장애가 있는 사람인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계속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말만 반복하면서, 피고인과 일행을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경찰관들이 자신들의 의사표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계속 다그치며 다가오자,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의 가슴을 손으로 막게 된 것이고, 달리 주먹을 사용하는 등의 위력을 행사한 사정을 엿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인이 공무집행방해죄의 범의를 가지고 경찰관들의 가슴을 밀거나 때려서 폭행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해야 함에도 유죄를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언어청각장애인 K(50)씨 대한 상고심(2010도12702)에서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 인권위 “청각장애인에 수화통역사 미제공은 인권침해”

한편, K씨의 사연을 접한 장애인단체 대표 안OO(67)씨는 K씨를 대신해 지난해 3월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관들이 청각장애인인 K씨를 부당하게 체포ㆍ연행했고, 그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수갑을 과도하게 사용했으며, 수화통역사 지원 등 청각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지난해 12월23일 체포과정에서 과도하게 수갑을 사용하고, 청각장애인에게 수화통역사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라고 판단, A경찰서장에게 해당 경찰관에 대해 경고 조치하고, 소속 직원 대상 인권교육 및 장애인차별 예방 교육 실시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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