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아파트 하청업체에 떠넘긴 건설사 철퇴

대법 “하도급계약 체결 위해 어쩔 수 없이 불공정 거래 조건 받아들인 것” 기사입력:2010-12-20 17:06:19
[로이슈=신종철 기자] 자사의 미분양 아파트를 하도급업체에 떠넘긴 건설사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강제성이 있어 불공정 거래’라고 판단해 시정조치 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건설업계의 관행이라는 주장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 남양건설 “강요하지 않았다”…법원 “하청업체로선 받아들 수밖에 없어 강제성 있다”

호남지역 대형건설업체인 남양건설은 2004년 전주 효자동과 순천 조례동에 아파트를 분양했으나 분양 초기부터 40%에도 미치지 않는 분양율을 보였고, 2년이 지난 뒤인 2006년 입주 시에도 전주 효자동 아파트는 66세대, 순천 조례동 아파트는 124세대가 미분양됐다.

그런데 남양건설은 2005년 7월∼2007년 3월 사이 39개 하도급업체에 건설을 위탁하면서 하도급 거래조건으로 자사의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 받거나, 회사대표 아들이 운영하는 업체의 수입자동차를 구매하도록 했다.

이에 39개 하도급업체들은 남양건설의 미분양 아파트 중 총 69세대의 아파트를 자신이 분양받거나 임직원 및 친인척, 자신의 협력업체 등에게 분양받도록 했고, 외제승용차를 배정받은 하도급업체들은 자신이 구입하거나 제3자가 구매하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8년 5월 “남양건설의 행위는 하도급법의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에게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금전, 물품, 용역 그 밖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시정명령 및 5억 1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자 남양건설은 “입찰실시 전에 구매조건에 관해 충분히 설명했고, 각 수급사업자(하도급업체)들은 자체적인 손익계산 후 입찰에 참가했으며, 구매조건을 수용하기 어려울 경우 자유롭게 입찰을 포기할 수 있었고, 그에 따른 아무런 불이익도 가해진 바 없었으므로, 수급사업자들에게 구매조건을 강요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고법 제7행정부(재판장 이성보 부장판사)는 2008년 12월 남양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조치 및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건축공사에 있어 대부분의 경우 수급사업자들은 특정한 원사업자들과 지속적으로 하도급거래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원사업자의 영향력이 매우 크고, 특히 원고는 호남지역에서 시공능력 평가순위 상위의 대형건설업체로서 해당 지역 내에서 하도급업체들에 대해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때문에 협력업체들로서는 원고가 내세운 구매조건을 거부하는 것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고, 39개 수급사업자들과 같은 소규모 건설회사들은 경기의 하락과 업체의 난립으로 과당경쟁 상태에 있어 공사의 수주 자체가 회사 존립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되고 있으므로, 다소 무리한 거래조건이라 하더라도 부득이하게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던 만큼 강제성이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남양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조치 등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2009두2368)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미분양 아파트 분양행위 및 수입차량 매도행위는 39개 수급사업자들의 진정한 의사에 반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강제성이 있었다고 보인다”며 “따라서 원고의 미분양 아파트 분양행위 및 수입차량 매도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에게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금전, 물품, 용역 그 밖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하는 행위로서 구 하도급법에서 금지하는 위반행위”라고 판시했다.

◈ 관행이라는 대주건설도 패소…대법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에 어긋나”

호남지역 건설업체인 대주건설 역시 2006년 5월∼2007년 3월 사이 자사의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는 조건을 수락한 20개 수급사업자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이 2008년 5월 공정위에 적발돼 시정명령 및 5억 9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그러자 대주건설은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한 것이었고, 하도급거래의 조건으로 유동성에 다소 여유가 있는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의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은 건설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서울고법 제6행정부(재판장 조병현 부장판사)는 2008년 11월 대주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자사의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급사업자에 대해 협력업체 평가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던 점 등에 비춰 보면, 20개 수급사업자는 독자적인 경제적 판단 하에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은 것은 아니라 원고와의 하도급계약 체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원고가 내세운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미분양 아파트를 수급사업자들에게 분양하기 이전에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 인하 등의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거나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의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이 주택 건설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며 “비록 원고가 장기적인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미분양사태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했더라도, 이는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부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대주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조치 등 취소 소송 상고심(2008두22822)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의 미분양 아파트 분양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수급사업자에게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금전, 물품, 용역 그 밖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하는 행위로서 구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위반행위”라며 “따라서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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