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약물을 처방하면서 환자에게 부작용 가능성을 설명하지 않은 병원 의료진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08년 9월 약 1년 전부터 발생한 오른쪽 눈의 시력저하를 호소하며 서울에 있는 모 대학병원을 찾았다. 병원 의료진은 검사결과 망막앞막으로 진단하고 수술을 권유해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그런데 2009년 2월 오른쪽 눈의 시력이 다시 저하됐다고 호소하며 병원을 다시 찾았고, 의료진은 또 수술을 권유해 2차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A씨는 그해 3월 7일 안구통증이 있다고 호소했고, 이에 의료진은 안압상승을 예방하기 위해 안압강하제인 메타졸아마이드 5일치를 처방하면서 부작용으로 “손발이 저리고 소화가 잘 안 될 수 있다”고 설명한 후 A씨를 퇴원시켰다.
A씨는 2주 뒤부터는 고열, 입술 주위와 손가락 및 몸통의 수포, 양안충혈 등의 증상을 보여 다른 대학병원을 찾았는데, 스티븐스-존스 증후군으로 진단해 입원 치료를 했다.
그런데 A씨의 피부박탈은 체표면적의 80~90%에 이를 정도로 거의 전신에 걸쳐 발생했고, 구강점막을 침범해 구강 및 입술 주위의 미란, 궤양 등 증상이 나타났고, 안구를 침범해 양안 결막 출혈 및 각막표피결손 증상을 보였으며, 피부박탈부위 및 구강점막 등에 심한 통증이 발생했다.
이 병원 의료진은 A씨가 내원 전 8주간 투약력을 조사해 메타졸아마이드가 증상의 원인 약물로 판단했고, A씨를 퇴원시킬 당시 이 약물을 절대로 복용하지 말도록 지시했다.
한편, 스티븐스-존스 증후군은 피부표피의 괴사와 표피박리를 특징으로 하는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 피부점막 반응으로 항경련제,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약 등의 약물이 주된 발병원인이다.
메타졸아마이드는 탄산탈수효소역제제로 아세타졸아마이드에 비해 적은 용량으로 안압하강효과를 볼 수 있어 녹내장 환자의 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으나, 이 약물 복용 시에는 탄산탈수효소억제제에서 나타나는 일발적인 부작용 외에도 아세타졸아마이드 복용 시에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스티븐슨-존슨 증후군의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A씨는 퇴원 이후에도 심리적 불안감, 불면증 증상을 겪어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2009년 5월 26일 자살하자, 가족들이 메타졸아마이드를 처방한 대학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수원지법 제7민사부(재판장 배호근 부장판사)는 최근 안과질환용 약물을 투약하다 부작용으로 희귀질병을 앓다 자살한 주부의 가족이 서울 모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09가합27950)에서 “피고는 원고 측에게 16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이 일단 발병하면 증상의 진행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독성표피융해증후군과 같이 심각한 경우에는 사망률이 30% 이상으로 알려져 있는 등 그 부작용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말했다.
이어 “메타졸아마이드가 안압상승을 예방하기 위한 유일한 약제였다고 하더라도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망인에게 이 약물을 처방함에 있어 스티븐스-존슨 증후군 등 부작용의 발생가능성을 미리 설명함으로써 망인이 투약에 응할 것인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 약물의 부작용에 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잘못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의료진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과 망인의 자살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지만,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함으로써 망인이 메타졸아마이드 투약 여부에 대한 승낙권을 침해당해 망인과 가족인 원고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입게 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약물 부작용 설명하지 않은 의료진 배상책임
수원지법 “설명의무 제대로 안 해 환자가 투약 여부에 대한 승낙권 침해당해” 기사입력:2010-12-17 12: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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