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진폐증에 고통 받다 자살 ‘업무상재해’

법원 “진폐증으로 인한 신체적 불안감, 사회적응의 어려움 등이 자살의 원인” 기사입력:2010-12-15 14:37:38
[로이슈=신종철 기자] 24년 동안 진폐증으로 고통을 받다 생긴 우울증으로 자살할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광부로 일하던 A씨는 1994년 10월 진폐증 진단을 받은 후 척추손상, 기관지염, 폐렴, 위염 등 합병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또한 A씨는 장기적인 치료에 따른 우울감, 불면증, 불안감 등으로 인해 친구나 이웃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채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같이 우울증 증세를 보여 지난 2006년부터 2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던 A(67)씨는 2008년 7월 집안에 있던 농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이에 부인 P씨가 “진폐증에 따른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인 만큼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며 유족보상과 장의비 지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직접적인 사인이 ’약물중독’으로, 진폐증과 합병증에 의해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서태환 부장판사)는 최근 진폐증을 앓다 자살한 광부 A씨의 유족 P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청구소송(2009구합31045)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망인은 약 24년 동안 진폐증에 수반되는 기관지염이나 폐렴 등으로 인한 합병증 치료를 받아왔으나, 진폐증은 회복가능성이 낮고 망인 역시 전신상태가 점차 악화돼 왔던 점, 망인은 2006년 6월부터 2년 동안 우울증, 불면증, 불안감, 자살사고 등을 이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 왔는데, 진폐증으로 인한 신체적 불안감, 사회적응의 어려움 등이 자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학적 견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진폐증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 외에 달리 망인에게 자살의 원인인 될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에게 진폐증으로 인한 여러 사정들이 영향을 줘 자살에 이르게 했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망인의 자살은 업무상 입은 진폐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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