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경찰관이 “도와 달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해서 이를 금품을 요구한 것이라고 단정해 경찰관직을 박탈하는 ‘해임’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1999년 경찰에 입문한 S(32)씨는 지난 2월 부산시내 모 병원 A이사장실에 정보계 발령 인사차 들러 자신이 소속된 경찰서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A이사장에게 신문사 기자와의 친분을 거론하며 4차례에 걸쳐 “도와 달라”고 말했다.
당시 A이사장은 금품을 요구하는 것으로 생각해 화를 냈고, 해당 경찰서 징계위원회는 S씨가 우회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고 판단해 ‘품위손상 및 지시명령을 위반한 비위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해임했다.
이에 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S씨는 “정보계로 발령받은 뒤 의례적인 인사로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도와 달라고 한 것일 뿐, 오해하기 쉬운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잘못은 인정하나, 발언의 진의가 금품요구에 있지 않았고, 그동안 성실히 근무하며 경찰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으며, 부양해야 할 아내와 두 자녀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징계사유의 정도에 비해 해임 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부산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는 지난 3일 부산 모 경찰서에 근무하다 해임된 S씨가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취소 소송(2010구합3498)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당시 원고가 A이사장이 처음 만나 사이고, A이사장은 경찰발전위원장으로서 주로 원고의 상사인 과장ㆍ서장과 업무상 교류를 하는 지위에 있었던 점, 문제의 발언이 행해진 이사장실은 출입문이 열려 있는 상태였고, 바로 앞 부속실에는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어 금품요구와 같은 은밀한 대화를 나눌 만한 장소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A이사장이 경찰서장에게 원고의 금품요구 사실을 보고하는 경우 원고의 처지가 곤란해지고 징계를 받게 될 것이 분명한데도 A이사장이 서장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을 보고도 만류하거나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앉아있기만 한 것으로 봐, 당시 원고는 금품요구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A이사장이 오해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 역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발언을 되풀이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경찰공무원의 청렴성을 의심하게 만들어 경찰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한 점이 인정되지만, 이를 이유로 징계하려면 그동안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고, 경찰청장 표창을 비롯한 다수의 상훈경력이 있으며,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부인과 어린 두 자녀를 부양해야 하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에도, 원고의 발언을 금품요구로 단정 짓고 공무원직을 박탈하는 해임처분을 한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암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도와 달라’는 경찰…금품요구로 단정해 해임은 위법
부산지법, 해임처분취소 소송 낸 경찰관에 승소 판결 기사입력:2010-12-13 14: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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