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괜찮다’는 말만 듣고 현장 떠나면 뺑소니

수원지법 ‘구호조치 제대로 하지 않고 사고현장 이탈한다’는 도주의 인식 충분 기사입력:2010-12-07 17:57:01
[로이슈=신종철 기자] 초등학생을 차량으로 친 뒤 ‘괜찮다’는 말만 듣고 사고현장을 떠났다면 ‘뺑소니’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A(49)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해 안양시 한 주택가 교차로에 진입하고 있었는데, 골목길에서 뛰어나온 B(9)군과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B군에게 “괜찮냐”고 물었고, B군이 “괜찮다”고 말하자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목격자는 “B군이 차량과 충돌 직후 다리를 절뚝거렸다”고 진술했고, 사고 당일 촬영된 사진에는 B군의 발목부위에 멍이 있었다.

이로 인해 A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지난 6월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는 “갑작스럽게 도로에 뛰어나온 피해자를 보고 경적을 울리면서 급정지했음에도 충격하게 된 것이므로 사고발생 책임이 없고, B군이 조수석 창문으로 와 괜찮다고 말한 뒤 곧바로 뛰어가 상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현장을 떠난 것이며, B군이 얼음찜질 외에 특별한 치료를 받은 것이 없어 형법상 상해를 입은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도주의 의사가 없었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수원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최근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주택가에는 어린이 등이 갑자기 뛰어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더욱 주의해 서행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해 피해자를 충격한 과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나이 어린 학생의 경우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시간이 지난 다음 통증을 호소하는 예가 더러 있으므로, 운전자로서는 우선 차에서 내려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연락처를 주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하는데, 단순히 ‘괜찮다’는 말만 듣고 그대로 갔다면 적어도 피해자의 잘못된 의사표현으로 자신의 상해정도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고현장을 이탈한다’는 도주의 인식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나아가 피해자가 멍을 입는 등 제대로 보행할 수 없었고, 이에 대한 치료를 받았으므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상해를 입었다고 판단된다”며 “따라서 피고인에 대해 도주차량으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인정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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