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투표소 설치는 위헌 헌법소원, 이젠 그만”

헌법재판관 6대3 의견으로 각하…투표소 설치 규정 개정돼 기사입력:2010-11-26 14:10:05
[로이슈=신종철 기자] 헌법재판소가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종교시설 내 투표소 설치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공직선거법이 개정됐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 등이 침해할 소지가 없어 더 이상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해 봐야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2007년 12월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수원 장안구에 사는 안OO씨는 불교도로서 투표장소인 교회에 출입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웠고, 부천에 사는 불교도인 김OO씨도 투표소 정면에 종교적 상징물인 대형십자가가 가려지지 않은 채 투표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또 서울 강서구에 사는 정OO씨는 가톨릭교도로서 투표소 입구에서 교회유인물을 나눠 주며 교회홍보를 하는 것을 보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에 이들은 “투표소를 교회에 설치해 종교의 자유, 선거권, 행동자유권, 평등권 등을 침해했다”며 2008년 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으나,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5일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각하했다.

재판부는 먼저 “헌법소원심판청구에 의한 결정이 청구인들의 주관적 권리를 구제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그러한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해 그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긴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이익을 인정해 이미 종료된 침해행위가 위헌이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17대 대통령선거는 2007년 12월19일 실시돼 이미 종료했고, 당시 투표소 설치 공고에 의한 청구인들의 기본권 침해 상태가 현재까지 계속된다고 할 수도 없으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선거법이 종교시설 내 투표소 설치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개정됐고, 이에 따라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종전에 교회에 설치했던 투표소를 모두 종교시설이 아닌 곳에 설치했다”며 “이런 점에 비춰 보면 향후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반복적으로 침해될 위험성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사건 투표소 설치 공고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인지 여부를 해명하는 것이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해 긴요하다고 볼 사정도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예외적으로 인정할 사안도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투표소 설치공고 근거조항인 공직선거법 147조 4항은 지난 1월 “종교시설 안에는 투표소를 설치하지 못한다. 다만, 종교시설의 경우 투표소를 설치할 적합한 장소가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조대현 재판관은 각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투표소를 교회 기타 종교시설 안에 설치하는 것은 투표인들에게 종교적 행위를 요구하거나 강제하는 것이 아니어서 투표하기 위해 종교시설 안에 들어가는 행위는 종교적 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투표소를 종교시설 안에 설치하는 행위는 투표인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없다”는 별개 의견을 냈다.

이강국김희옥이동흡 재판관 반대의견 제시

반면 이강국김희옥이동흡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제시했으나 소수에 그쳤다. 먼저 “투표소를 교회에 설치함으로 인해 청구인들은 자신들의 종교적인 신념이나 세계관에 반하는 십자가가 걸려 있는 교회에서 투표하도록 강제당하게 되고, 이로 인해 원하지 않는 종교시설을 출입하지 아니할 소극적인 종교적 행위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종교시설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이 종교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해 아직까지 헌법적 해명을 한 바 없고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와 기본권 보장을 위해 긴요한 사항이므로 그에 관한 헌법적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들 재판관들은 “더군다나 개정 공직선거법 규정은 투표소를 설치할 적합한 장소가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종교시설 안에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해 예외적인 경우에는 여전히 종교시설 안에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며 “따라서 앞으로 반복될 위험성이 많이 줄었다고 하더라도, 예외적인 경우에 특정 종교시설 안에 투표소를 설치함으로써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구인들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종교시설 내에 투표소를 설치하는 것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관해 헌법적 해명을 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계속 반복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므로, 예외적으로 심판청구이익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며 “따라서 심판청구의 적법성을 인정해 본안에 나아가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소수의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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