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고도 현장을 이탈했으며 언론에 보도돼 경찰의 위신을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해임됐던 경찰관에 대해 법원이 20년 넘게 성실하게 근무해 온 점 등을 들어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해 해임처분을 취소했다.
경찰관 M(44)씨는 지난 3월3일 오후 11시30분쯤 친구와 술을 마시고 혈중알코올 농도 0.157%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해 가다가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도주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다음날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경찰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경찰의 위신을 실추시켰다”며 M씨를 파면했고, 이에 M씨가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에 파면처분을 취소해 줄 것을 청구했다.
소청심사위는 지난 6월 M씨가 교통사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이 사건 외에 음주운전으로 입건되거나 징계처분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감경대상인 표창공적이 있는 점 등의 정상을 참작해 해임처분으로 감경 결정했다.
그러자 M씨는 “교통사고로 인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도주차량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을 뿐 아니라, 물적 피해도 사고 후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지금까지 32회에 걸쳐 표창을 받는 등 경찰공무원으로서 성실하게 근무해 온 점, 직장을 잃을 경우 가족들의 생계에도 어려움이 발생하게 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징계사유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부산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문형배 부장판사)는 최근 음주운전을 하다 뺑소니사고를 내 경찰관직에서 해임된 M씨가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2010구합2907)에서 “해임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경찰공무원으로서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음주운전 방지를 위한 교양 및 지시를 받아온 점에 비춰, 원고가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일으킴과 아울러 사고현장을 이탈했으며, 언론매체에 보도되게 함으로써 경찰의 위신을 실추시킨 비위행위의 정도는 결코 가볍지 않고, 이런 행위는 경찰청 예규인 징계양정규칙을 따를 경우 해임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의 음주 및 교통사고는 정규 근무시간에 일어난 것이 아닌 점,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고는 하나 인적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며, 물적 피해(165만원 상당)도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됐을 뿐 아니라 피해자 역시 선처를 바라는 점, 원고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많은 동료들도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는 경찰공무원으로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성실히 근무한 공로로 상훈감경 공적인 국가정보원장 표창을 비롯해 다수의 표창을 받은 점, 원고는 가장으로서 해임처분으로 가족들의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되는 점을 종합하면 원고의 비위정도는 해임사유에 해당하나, 비위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경찰의 위신이 실추된 점과 일벌백계를 통해 음주운전을 방지하겠다는 행정목적만을 내세워 20년 이상 성실하게 근무해온 경찰관을 해임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가벼운 뺑소니 사고 낸 경찰관 ‘해임’은 부당
부산지법 “비위행위가 해임처분에 해당하나,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 기사입력:2010-11-05 16: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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