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사가 판결문에 증거요지 빠뜨리면 위법”

“유죄 선고할 때 판결문에 범죄사실ㆍ증거요지ㆍ적용 법령 기재해야” 기사입력:2010-11-03 10:23:00
[로이슈=신종철 기자] 판사는 유죄 판결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범죄사실 ▲증거요지 ▲적용 법령’을 명시해야 하는데, 만약 그 중 하나라도 빠뜨렸다면 적법한 판결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의 한 주택재건축조합장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K(54)씨는 지난해 2월 27일 자신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니는 조합원 L씨와 시비가 붙어 건설업자 H씨 등과 함께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로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됐다.

그러자 K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1심인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박미리 판사는 지난해 12월 공동상해 혐의로 기소된 K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판사는 공동피고인 H씨와 피해자 L씨 등이 자신의 식당에서 심한 욕설을 하며 싸워 영업에 방해받지 않기 위해 내보내려고 K씨가 L씨의 어깨를 민 것일 뿐 폭행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고, 항소심인 서울북부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최종두 부장판사)는 지난 6월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K씨에게 “L씨의 어깨를 수차례 밀친 것은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로서 폭행죄가 성립한다”며 유죄를 인정해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K씨는 “유죄 판결문에 범죄사실과 적용 법령만 기재돼 있을 뿐 증거의 요지가 누락됐다”며 상고(2010도9151)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최근 공동상해 혐의로 기소된 K씨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서울북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사소송법 제323조 1항에 따르면 유죄 판결의 판결이유에는 범죄사실, 증거의 요지와 적용 법령을 명시해야 한다”며 “유죄 판결을 선고하면서 판결이유에 이 중 어느 하나를 누락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위반으로, 파기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공동상해죄로 벌금 30만 원의 약식명령을 고지 받자 정식재판을 청구해 1심은 무죄를 선고했는데, 검사가 항소하자 항소심은 유죄로 인정해 벌금 70만 원을 선고하면서 그 판결이유에서 범죄사실과 적용 법령만을 기재했을 뿐, 증거의 요지를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피고인에 대한 약식명령의 형보다 불이익한 형을 선고하면서 그 판결이유에서 증거의 요지를 누락한 원심 판결은 형사소송법의 불이익변경금지의 법리 등을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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