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남편이 숨진 뒤 ‘아내상속’ 관습에 따라 남편 형제들로부터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갖고 재혼을 강요받은 케냐 출신의 여성이 법무부에 난민신청을 냈다가 불허 당하자, 결국 소송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케냐 인구의 12%를 차지하는 ‘루오족’에는 결혼한 젊은 여성은 배우자가 사망하면 배우자의 형제 등이 선택한 사람에게 상속되는 ‘아내상속’ 전통이 있는데, 대부분의 루오족은 위 전통을 거부할 경우 저주가 내려 결국 죽게 된다고 믿고 있다.
당초 아내상속제도는 남편을 잃은 젊은 여성과 그 자녀들을 남편의 형제 등이 부양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통이지만, 지금은 남편을 잃은 여성과 그 자녀들을 약탈하고 착취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현재는 남편의 형제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지정하는 다른 남자와의 성관계도 강요되고 있다.
루오족은 다른 케냐의 부족에 비해 에이즈 감염 비율이 높은데, 그런 원인의 하나로 아내상속제도가 꼽히고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컨설턴트로 일하던 A(42,여)씨는 2004년 6월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남편의 장례를 치른 후부터 남편의 형제들은 줄곧 아내상속제도에 따라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갖고 재혼할 것을 강요했고, A씨가 이를 거부하자 위협했다.
남편의 형제들은 A씨가 사망한 남편의 재산에 접근하는 것을 막았고, 2005년 10월에는 A씨가 거주하는 집을 불태우기까지 했다.
이에 A씨는 남편의 형제들을 피해 인근 도시로 이사를 갔으나, 형제들이 협박 편지를 보내거나 사람을 보내 계속 위협했고, 아이를 다치게 하기도 했다. 형제들이 보낸 사람은 심지어 죽이겠다는 말도 했다.
겁을 먹은 A씨는 이후 4차례 경찰당국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으나 경찰도 그의 호소를 외면했다. 결국 2006년 5월 한국에 온 A씨는 일주일 만에 법무부에 난민 신청을 했으나, 두 차례 불허되자 소송을 냈다.
A씨는 “남편이 사망하자 ‘아내상속제도’에 따라 남편의 형제들이 다른 남자와의 성관계를 강요하는 것은 물론 집에 찾아와 강간하려고 했으며, 이를 거부하자 폭행과 협박을 하고 집에 불을 지르기까지 했다”며 “케냐로 돌아갈 경우 위와 같은 박해를 다시 받게 될 것이 명백해 난민인정요건을 갖췄음에도 법무부가 불허한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A씨는 한국에 오기 전인 2006년 1월 케냐 여성변호사 단체를 통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그 소송은 현재까지 결론이 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화 부장판사)는 지난 10월21일 케냐 여성 A씨가 “난민인정불허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법무부를 상대로 낸 소송(2009가합51742)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와 결혼을 강요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성적자기결정권을 박탈하는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원고가 루오족의 아내상속제도로 인해 사망한 남편의 형제들로부터 의사에 반해 다른 남성과의 성관계와 재혼을 강요받고 있는 상황은 원고가 인간으로서의 본질적 존엄성을 침해받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그리고 원고는 케냐 경찰당국에 몇 차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케냐 정부나 비정부기구도 아내상속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의 노력을 하고 있기는 하나, 그 전통이 뿌리 깊이 박혀 있어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케냐 정부가 원고를 충분히 보호할 만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원고에게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고, 국적국인 케냐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태에 있어 난민인정요건을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아내상속’ 관습 거부한 케냐 여성 ‘난민’ 인정
서울행정법원 “케냐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태에 있어” 기사입력:2010-11-02 18: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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