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명령’ 거부한 경찰간부 선고유예 확정

대법, 자격정지 6월 선고유예…인권옹호직무명령불준수 혐의 기사입력:2010-10-28 16:07:39
[로이슈=신종철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28일 피의자를 검사실로 데려오라는 검사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경찰간부 김OO(47)씨에게 자격정지 6월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2008도11999)

2005년 12월 당시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팀장으로 재직하던 김OO 경감은 K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긴급체포한 다음 검사에게 긴급체포 승인 건의와 함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런데 수사지휘 검사가 기록을 검토한 결과, 수사과정의 적법성 및 적정성에 의문이 있어 자신이 직접 K씨를 신문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해 K씨를 검사실로 데려올 것을 2회나 명했다.

그러나 김 경감은 구속 전 검사의 피의자 면담제도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고, 경찰청에서 내려온 ‘구속영장 청구 전 피의자 직접면담제 검토’라는 경찰 내부문건을 검토한 뒤 검사의 지시를 거부하며 이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인권옹호직무명령불준수와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인 대전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임복규 부장판사)는 2007년 9월 김 경감에게 징역 8월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인권옹호직무명령불준수죄는 유죄로, 직무유기죄는 법조경합관계에 있어 무죄로 판단했다.

인권옹호직무명령은 무리한 구속 등으로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인권옹호에 관한 검사의 직무집행을 방해하거나 그 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형법 제139조에 규정돼 있다.

재판부는 “검사는 사법경찰관에 대해 일반적ㆍ구체적 수사지휘를 할 수 있어 경찰이 긴급체포한 피의자에 대하여도 수사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체포의 적법성 등을 따져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수사의 주재자인 검사의 권한이자 의무로서, 체포의 적법성 판단을 위해 체포된 피의자의 면담이 필요한 경우 피의자를 면담할 수 있고, 경찰은 검사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긴급체포의 적법성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피의자를 검찰청으로 데려오라는 검사의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것은 형사사법절차에 큰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가기능의 정상적이고 원활한 작동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는 없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범의를 부인하며 검찰이 자신을 검ㆍ경 간 수사권 조정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며 자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에서 비난가능성마저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업무의 성실성을 인정받아 다수의 표창을 받은 경력이 있는 점, 경찰청장이 전국의 지방경찰청장에 보낸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전 피의자 면담 실시에 따른 업무지시’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이후로는 본건과 같은 범행을 재차 저지르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는 점, 피고인을 경찰공무원직에서 종국적으로 배제하는 형으로 처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선처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인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상준 부장판사)는 2008년 12월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6월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두 가지 혐의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경찰공무원으로서 법질서를 준수하고 수사과정에서의 시민의 기본권 보장에 만전을 기해야 할 직무상의 책임이 있음에도, 명시적인 법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인권옹호에 관한 명령인 인치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행위는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검사의 수사지휘제도를 무력화하고 결과적으로 국가기강의 문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은 검찰과 경찰 사이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그 촉발점이 돼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경찰공무원에 임용된 이래 직무를 성실해 수행해 온 점 등을 참작해 양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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