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일행의 싸움을 옆에서 말리기만 했는데, 지구대로 동행하자면서 현행범으로 체포한 경찰관과 국가는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최OO(52)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함께 길을 가던 친구들이 다른 일행과 시비가 붙어 몸싸움이 벌어졌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최씨 일행 4명과 상대방 2명을 지구대로 동행했고, 경찰관들은 현행범 체포서 등을 작성하고 최씨에게 서명할 것을 요구했으나 최씨가 거절했다.
이후 최씨 등은 관할 경찰서로 인계됐고, 최씨는 피의자신문을 받고 수사자료표 작성을 위해 지문을 채취당한 후 새벽 5시에 귀가했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싸움을 말리기만 했을 뿐 피해자 김OO씨를 폭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김씨도 그렇게 진술해 ‘혐의없음’을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받았다.
그러자 최씨는 “당시 싸움을 말렸을 뿐이고, 게다가 많은 행인들이 목격하고 있어 증거인멸이나 도망갈 우려 등 체포의 필요성이 없으며, 임의동행만으로도 수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도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불법행위”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4단독 송영환 판사는 최근 최씨가 현행범으로 체포한 지구대 경찰관 2명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0가단25432)에서 경찰관들과 국가는 각각 2000만 원씩 총 6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송 판사는 판결문에서 “증인 김씨의 증언에 변론을 종합하면, 싸움 현장에서 폭행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관해 상반된 진술은 없었던 점, 당시 현장에는 많은 행인들이 지켜보고 있어 사건 관련자들 모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상황은 아니었고, 누구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행태를 보이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원고에 대한 체포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 경찰관들은 싸움 현장에서 원고 등을 지구대로 동행하면서 체포한다고 말한 적이 없고 단지 지구대에 가서 조사받자고 말한 사실, 원고는 지구대에서 피고 경찰관들로부터 현행범 체포에 관한 확인서에 서명날인을 요구받았으나 이를 거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피고들은 현행범 체포의 적법절차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송 판사는 그러면서 “그렇다면 피고 경찰관들은 공동으로 원고에게 불법행위를 한 자로서 대한민국은 피고들의 사용자로서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위자료와 관련 “싸움 현장에서 목격자 등의 진술을 충분히 듣지 않고, 단지 원고가 싸움에 가담한 이OO씨의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원고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그 과실이 중한 점, 원고는 이로 인해 피의자로서 신문을 받고 수사자료표에 지문을 채취당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각자의 위자료는 2000만 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송 판사는 그러나 지구대에서 사건을 인계받아 최씨를 조사한 경찰서 형사과 소속 경찰관에 대해서는 “지구대에서 현행범인으로 체포돼 경찰서로 인계된 이상 현행범으로 적법하게 체포됐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따라서 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현행범으로 체포된 원고를 피의자로서 조사하고 수사자료표를 작성하기 위해 지문을 채취한 것은 불법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싸움 말렸는데 현행범 체포…경찰과 국가 배상해야
송영환 판사 “불법행위 책임 인정해 경찰과 국가 각각 2000만원씩” 기사입력:2010-10-28 15: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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